‘춤’하면 개그맨 김기수(26)를 빼놓을 수 없다. 김기수는 KBS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댄서 킴’으로 나와 래퍼 에미넴의 음악 ‘Without You’에 맞춰 쭉쭉춤을 추며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온몸으로 표현해요” “샘(선생님), 제가 그쪽으로 가겠어요” 등을 유행시키고 있다. 키 181cm, 몸무게 70kg의 좋은 체격조건으로 다이내믹하게 춤을 추는 그의 모습에 매료된 팬클럽 회원은 2만명. 그런데 정작 그는 춤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그냥 음악에 온몸을 맡기죠.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다 보면 어느새 근사한 댄스가 되는 걸요. 저는 계획된 안무보다는 '필(feel)'을 중시해요."
김기수가 춤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나미와 붐붐'이 토끼춤을 추기 전부터 교내에 토끼춤을 유행시켰다고 한다.
“그 뒤로 교내 장기자랑이나 댄스대회는 휩쓸었죠. 가장 좋았던 때는 군대시절이었어요. 현역 공군으로 복무했는데 정말 포상휴가 많이 받았어요. 많을 때는 한 달에 세 번까지 휴가를 나왔다니까요. 공연 때 사회 보고 장기자랑에서 우승해서 그랬죠.”
김기수가 이처럼 춤을 잘 추는 것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피, ‘끼’ 때문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회사 야유회나 부부동반 파티에서 사회 겸 가수로 무대에 올라 좀처럼 마이크를 놓지 않는 스타일이고 어머니는 어디에서건 음악소리만 들렸다 하면 어깨를 들썩거린다고 한다.
“고백하는 건데 학교 다닐 때 나이트클럽 ‘죽돌이(단골 손님)’였어요. 어딜 가나 최고 댄서의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죠. 새벽 3시쯤 나와서 사우나를 하면 그 상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런데 요즘엔 나이트클럽 못가요. 한 번은 무심코 들어갔는데 DJ가 에미넴 ‘Without You’를 반복해서 틀고 손님들은 계속해서 ‘쭉쭉춤’을 추더라고요. 이어 사인공세에 시달렸죠. ‘미디어의 힘이 이렇게 크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 뒤로는 공연이 아니면 공개된 장소에서는 춤을 못추겠더라고요.”
그래서 김기수는 춤 연습을 주로 집에서 거울을 보면서 한다. ‘봉숭아학당’에서 보여줘야 할 속담을 춤으로 표현하는 아이디어 연습도 이때 한다. 24시간 춤을 생각하며 산다는 ‘댄서 킴’ 김기수가 ‘춤 선배’로 모시는 연예인은 홍록기. 김지선, 조혜련 등과는 춤 대결을 해봤지만 아직 홍록기와는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춤에는 자신있지만 연기가 많이 모자라다고 생각한 김기수는 상명대 연극과 3학년으로 편입했고 요즘 영화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큘라’를 촬영 중이다.
진솔한 인터뷰를 마친 김기수는 “젊음은 온몸으로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럼 다음에 식사 한 번 해요”라며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리듬에 맞춰 사라졌다.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ihs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