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디자이너 신아(김서형)와 병원에서 호스피스로 일하는
동기(김성수)는 우연히 만나 격렬한 섹스를 하며 하룻밤을 보낸다. 곧
동거를 시작한 둘은 상대방의 몸에 탐닉하며 그걸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동기가 돌보던 노인이 돌연사하며 생긴 오해는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르고, 두 사람은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7일 개봉)은 오감(五感) 중에서 단연코
귀를 건드릴 영화다. 과감한 섹스 장면과 압도적인 살색이 아무리
뻔질나게 화면을 채워도 가장 충격적인 건 소리다. 빨간 딱지가 붙은
성인영화들 가운데 남녀의 몸이 빚어내는 복잡 미묘한 소리를 이토록
정직하게 담은 영화도 드물다.
똑바로 쳐다보기 민망한 에로비디오 코너에서 '봉만대'라는 감독 이름
석 자는 사실 일종의 '브랜드'였다. 에로비디오 고객들 중에는
여배우의 이름이나 노출 수위 대신 봉만대라는 이름을 찾는 매니아들이
적지 않았고, 봉 감독은 자신의 충무로 데뷔작에서 그들의 청각을
만족시켰다. 그러나 '맛있는…'은 나머지 모두를 잃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두 주인공의 만남과 이별, 눈은 잡아당기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알 길 없는 희한한 섹스 장면들, 성긴 드라마를 감추기 위한 듯, 영화를
뚝뚝 끊으며 튀어나오는 소제목들, '섹스만큼 솔직한 사랑은 없다'는
고집스런 신념은 스크린 안에서만 웅웅거릴 뿐이다.
이 영화는 몸과 마음을 모두 배신했다. 몸에서 움튼 사랑은 마음까지
닿는 데 실패했고, 한마음에 둥지를 틀려고 방황하는 몸은 끝내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한다. 그런 사랑 끝에 오는 이별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 그런
이별 후에 기다리고 있을 사랑은 조금도 설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