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 때로 지나칠만큼 잔인하다. LG 오른손 투수 신윤호(28)에게 22일은 인생에서 날짜를 지우는 지우개가 있다면 지워버리고 싶을만큼 잔인한 날이었다.
지난 18일부터 1군 엔트리에는 등록되지 않은 상태로 팀에 합류한 신윤호는 이날 마산 롯데전에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어깨관절의 연골이 찢어진 부상속에 허리와 골반 통증까지 겹쳐 지난달 12일 2군으로 내려간지 40일만의 컴백. 게다가 선발투수라는 중책을 맡은 신윤호는 경기 전 긴장속에 운명의 한판을 맞아 멋지게 부활해 보이겠다는 결의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1회말 첫 타자 김주찬에게 던진 시속 126km짜리 슬라이더가 좌월 홈런이 되어 까마득히 펜스너머로 사라졌다. 시즌 6호에 통산 168호 선두타자 홈런. 김주찬이 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로진백을 집어드는 신윤호의 얼굴에 낭패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타자 신명철이 초구를 당겨친게 랑데부 홈런. 홈런 두방에 무너진 신윤호는 이어 이시온에게 3루타, 이대호에게 2루타를 연달아 두들겨 맞으며 공을 다음 투수에게 김광수에게 넘겨줘야했다.
선발로 나서 5타자를 상대하며 불과 ⅓이닝동안 2홈런을 포함 4안타 3실점하며 덕아웃으로 쓸쓸히 들어가는 신윤호의 어깨가 얼마나 처져있었던지 동료들은 제대로 격려도 해주지 못했다.
당초 신윤호는 이날 테스트 등판 뒤 어깨 통증과 피로 누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빠진 이동현의 공백을 메우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이날의 충격을 벗어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결국 신윤호는 23일 또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 마산=스포츠조선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