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임요환씨

KBS의 주부 대상 토크쇼인 ‘아침마당’의 진행자가 프로게이머 임요환(23)씨를 ‘게임중독자’로 몰아붙이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인터넷에서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지난 21일 KBS 1TV의 '아침마당'은 여름방학 기획으로 '인터넷'을 다루며 '게임중독'을 첫 편에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침마당 제작진은 임요환씨를 초청, 프로게이머의 생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MC 이상벽씨는 임씨에게 "게임을 하다보면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 나를 헤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는가"라고 물었고, 임씨는 이에 대해 "그런 불안감은 같은 게이머에게나 느끼는 거죠"라고 답했다. 이씨는 또 "임요환씨에게 사이버머니 1억은 우습죠"라고 질문했다.
임씨는 지난 1999년 프로게이머로 데뷔해 각종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 '테란(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종족)의 황제'로 불리고 있다. 동양제과 소속의 임씨는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방송이 나가자 '아침마당'을 성토하는 글이 게임 관련 사이트에 빗발쳤다. 아침마당 홈페이지는 물론, 회원수 26만여명의 임요환 선수 팬카페와 프로게이머 팬카페, 게임매니아 카페 등에서 게임 매니아들은 "이상벽씨가 엄연한 전문 직업인인 임요환씨를 게임중독자로 몰아붙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23일 오후 5시쯤에는 게임 매니아들이 일제히 아침마당 게시판에 몰려가 사이버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KBS 사이트는 접속자가 폭주해 일시적으로 접속이 불가능했다. 게임 매니아들은 "공영방송답게 떳떳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외국인들은 임요환을 아티스트라고 한다. 존경은 아니더라도 애 취급은 말아라" 등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이금희씨가 진행하는 KBS 2라디오 '이금희의 가요산책' 게시판에까지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아침마당에서 이상벽씨와 공동 진행을 맡고 있다.

KBS-TV '아침마당'의 한 장면

게임 매니아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자, 아침마당측은 23일 오후 6시쯤 ‘게임중독편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이란 글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아침마당측은 “임요환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로서 현재 게임중독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하기 위해 출연했으며, 그 취지에 따라 방송이 되었다”고 밝혔다.

25일 오후 3시 47분쯤 아침마당 게시판에는 ‘안녕하십니까? 이상벽입니다’라는 글이 ‘이상벽’이란 이름으로 올라와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침마당에서 임요환씨를 비방한것은 매우 잘못 된 것이지만 대사가 그렇게 주어져 어쩔 수 없었다” “제 아들이 리니지(온라인게임) 게임을 하기 위해 통장에서 돈을 500만원씩 몰래 빼가서 현금거래하는 걸 목격하고는 그날 아들을 집에서 내쫓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침마당 제작진은 “이 글은 13살짜리 학생이 장난으로 쓴 것이며, 그 학생은 곧 게시판에 사과글을 올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