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 여름밤 야구장에서 볼썽사나운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9일 대구경기에서 삼성 이승엽(27)과 LG 서승화(24)가 경기 도중 서로 주먹을 휘두르는 추태를 보였다.

상대를 자극하는 번트, 고의4구, 사구 등 7회부터 시작된 신경전이 폭력으로 이어진 것은 4-12로 크게 뒤진 LG의 9회 공격. 무사 1루서 7번 장재중이 타석에 들어섰고, 삼성투수 라형진이 던진 초구가 머리 근처로 날아들었다. 뒤로 고개를 젖히며 피한 장재중은 마운드로 나가는 시늉을 하며 라형진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9일 대구 삼성-LG전의 올시즌 첫 그라운드 집단 난투극은 9회초 삼성 라형진이 던진 초구가 LG 7번 장재중의 얼굴쪽으로 구사되자 장재중이 불만을 터트리며 마운드 쪽으로 걸어나가면서 시작됐다. 이 순간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 나갔고, 삼성 주장 김한수가 장재중에게 다가가 고의성이 없었음을 얘기하려는 사이 LG벤치에서 걸어 나오던 서승화가 갑자기 이들 앞으로 뛰어나오자 벤치에서 마운드쪽으로 걸어나가던 이승엽<왼쪽> 역시 홈베이스 쪽으로 달려가 두 선수간에 멱살을 맞잡는 몸싸움이 시작됐다<사진 1>.  흥분한 두 선수는 동시에 왼주먹을 들어 상대를 향해 휘둘렀고<사진 2>, 이승엽의 주먹이 빗겨나가는 사이 서승화는 이승엽의 오른 관자놀이쪽을 가격했다<사진 3>. 한 차례 주먹이 오간 뒤 양팀 선수들이 두 선수를 띄워놓기 위해 몰려들었다<사진 4>. 이어 LG주장 유지현<가운데>이 이승엽에게 진정하라고 말리고 있다<사진 5>. 그러나 이승엽과 서승화는 백네트까지 이동하며 주먹 다짐을 계속했다.

이때 양팀 선수들이 벤치에서 일어나 일제히 그라운드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삼성주장 김한수가 장재중에게 다가가 따질 듯 불만을 얘기하는 순간, 서승화가 돌연 선수들 사이를 비집고 홈플레이트 부근으로 달려나가자 이를 본 이승엽이 따라나가 멱살을 잡으며 주먹다짐을 벌였다.

두 선수를 말리기 위해 양팀 선수들은 한데 엉켜붙었고, 일순간 그라운드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몸싸움으로 한 덩어리가 된 선수들은 백네트 오른쪽 구석으로까지 밀려났고, 그 와중에 이승엽과 서승화는 번갈아 아래에 깔려 폭행을 당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승엽은 오른쪽 눈 밑과 목덜미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고, 서승화는 안경이 부서졌다.

상황이 겨우 진정된 뒤 이영재 구심은 두 선수의 퇴장(올시즌 11번째)을 선언했다. 이승엽과 서승화 모두 데뷔 이후 첫 퇴장. 10분후 재개된 경기는 결국 삼성이 12대4로 승리했지만, 양팀 선수단은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면서 상대팀 벤치에 욕설이 포함된 야유를 퍼붇는 등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직후 심판진(임채섭 팀장)과 김양경 경기운영위원은 회의를 갖고 사건 보고서를 작성했다. 심판보고서는 '서승화가 예민 반응을 보이자 이승엽이 말리러 달려나가다 엉겨붙어 싸움이 시작됐다'는 내용이고, 운영위원 보고서는 '두 선수의 주먹다짐은 경기 추이가 급변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서로 예민한 감정이 분출된 돌발적인 행동으로 사료된다'로 작성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보고서와 TV중계 화면을 바탕으로 11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문제를 다룬다.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