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스님

불교계에는 최근 장애인 복지와 포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조계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원심회(회장 덕신 스님)가 1988년 창립되면서 시작된 장애인 포교는 지난 몇 년간 크게 늘어나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20여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활성화되는 불교계의 장애인 포교에 두드러진 사람이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자리잡은 연화복지원 원장인 비구니 해성(海成·45) 스님이다. 해성 스님은 10년 전부터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교양강좌, 운전·꽃꽂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자비의 수화교실’ ‘불교수화용어집’ ‘야! 쉽다, 운전면허’(청각장애인용) 등을 펴내고, 불음(佛音) 가요 음반 ‘넌 혼자가 아니야’를 제작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저술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세 때 서울 돈암동 보현사에서 출가하여 동국대 선학과와 삼선승가대를 졸업한 해성 스님이 장애인 포교에 눈을 뜬 것은 1988년 ‘사랑의 전화’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였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했지만 불교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전화 상담을 하면서 자비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절감한 해성 스님은 장애인을 위한 활동에 원(願)을 세웠다.

원심회에서 수화를 배우고 활동하던 해성 스님이 강남 지역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화복지원을 설립한 것은 1993년 2월. 먼저 국어·편지·서예·사군자 등 교양강좌를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생활난이 심각해지자 직업 재활 차원에서 98년부터 운전 교육을 시작했다. 수화 운전 교육 교재와 비디오로 이론을 배우고 송파구청의 도움을 받아 탄천 장애인 운전연습소에서 실기를 익혀 이곳에서 면허증을 딴 장애인은 약 400명에 이른다. 또 2000년부터 시작한 꽃꽂이 교육과 컴퓨터 교육도 인기를 끌며 장애인들의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해성 스님의 활동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92년 그가 도심포교당으로 세운 광림사의 신도들이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불교신자 운전기사 모임인 법륜회(法輪會) 회원들도 장애인 운전교육을 지원한다. 또 동국대 수화 동아리 ‘손짓사랑회’ 회원들도 95년부터 매주 일요일의 수화 법회를 비롯해서 해성 스님을 돕고 있다. 해성 스님은 “자원봉사자들이 오히려 장애인들의 순수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해성 스님의 바람은 청각장애인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것. 그래서 부처님오신날 열리는 연등축제에 장애인들이 수화(手話)로 찬불가(讚佛歌)를 부르며 참여하도록 이끌고, 매년 두 차례씩 전국 사찰을 함께 순례한다. 해성 스님은 “장애인들이 문화와 복지·자녀교육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화복지회관을 짓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