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주연상은 심사위원들이 선정에 있어 가장 진통을 겪는 부문. 절대 강자나 약자 없이 막상막하의 후보들이 힘겨운 난상토론을 이끌어낸다. 올해도 역시 예측불허이긴 마찬가지. 그러나 예상을 깨고 막판에 극적으로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은 청룡영화상만의 묘미다.
김선아-김하늘-장진영,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미숙은 뭇남자들을 유혹하는 조선 최고의 요부 조씨부인으로 등장해 나이를 초월한 섹시미와 세련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우아한 기품과 함께 전혀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남자들을 능수능란하게 유혹하는 요부 역을 특유의 여유와 안정된 내면연기를 통해 보여주며 '역시 대단한 이미숙'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몽정기' 이후 코믹배우의 자리를 굳힌 김선아는 '위대한 유산'에서 엽기적이면서도 섹시한 '백조' 미영 역을 통해 사정 없이 망가졌다.
좌충우돌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임창정(창식 역)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사납지만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김선아를 위한 배역'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그녀를 부각시켰다.
김하늘은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청순가련과 코믹, 여성스러움과 왈가닥이 공존하는 여주인공 수완 역으로 노미네이트 됐다. 배꼽 드러나는 기괴한 옷차림으로 막춤을 추던 김하늘 또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통해 기존의 귀엽고 착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데 성공했다.
문소리-이미숙-전도연, 섹시캐릭터 실감 열연
지난해 신인여우상 수상자인 문소리는 '바람난 가족'에서 솔직하고 쿨한 30대 주부 호정 역으로 이번엔 여우주연상 수상을 겨냥한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바람 피우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가 하면, 나신으로 춤을 추고, 고삐리와 정을 통하는 충격적인 여주인공은 문소리의 몸을 던진 열연으로 미화됐다.
2001년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장진영은 싱글들의 유쾌한 삶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싱글즈'에서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저로 좌천되는 29세의 노처녀 나난 역을 열연했다. 한 박자씩 늦고 다소 덤벙대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역이었지만 장진영의 귀여운 표정연기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99년 '내 마음의 풍금'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은 '스캔들'에서 숙부인 정씨 역으로 후보에 올랐다. 집요하게 따라붙는 조원(배용준)의 구애를 침착하게 따돌리며 애를 태우는 정절녀의 캐릭터를 실감나는 연기로 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