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운전면허 제도의 시초는 무엇일까, 음주운전은 언제부터 금지됐나…?
경찰청이 4일 발간한 ‘도로교통 관련 법령 변천사’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해소된다. 경찰청 교통기획과가 지난 1년간 조선·일제시대 관보(官報) 등을 수집·분석한 끝에 내놓은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전면허 제도는 1908년 제정된 ‘인력거영업단속규칙’ 제3조가 시초였다. 이 조항은 인력거꾼의 자격을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신체 건강한 남자’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 관계자는 “인력거꾼에게 실제로 면허증이 지급됐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자동차운전면허제도가 도입된 것은 1915년. ‘자동차 취체(取締:단속)규칙’ 제7조는 “운전을 하려는 자는 본적·주소·성명 등이 기재된 서류를 거주지 관할 경무부장에게 내야 한다”고 규정했다. 무면허 운전금지가 구체화된 것은 1934년부터였다. 이후 운전면허는 보통·특수·소형면허로 구분됐다.
음주운전 관련 조항은 1914년 8월 18일자 마차 취체규칙 제14조에서 처음 발견된다. “마부(馬夫)는 술에 만취한 상태로 영업하거나 승객 및 공중에게 난폭한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자동차 음주운전은 1915년부터 금지됐다. 1934년 12월29일자 ‘자동차취체규칙’에서는 “운전자가 ‘주기(酒氣)’를 띤 채 운전하거나 운전 도중 담배를 필 경우 50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구류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뚜렷한 기준이 없어 경관의 임의적 단속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객관화된 수치 기준이 생긴 것은 1962년 1월 27일자 도로교통법 시행령부터였다.
차량의 우측통행 기준은 1905년 만들어진 가로관리규칙에 처음 명시되어 있다. “도로에서 제차(諸車)와 우마(牛馬)가 통행하다 마주치게 될 경우 우측으로 피해서 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측통행 원칙은 1921년 일제의 영향으로 좌측통행으로 바뀌었으나, 미 군정 시절인 1946년부터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가로관리규칙은 또 군대·장례행렬·소방용구를 실은 차마(車馬)·맹인 등과 마주쳤을 때는 행인은 한쪽으로 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며, 도로를 항상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하는 소제(掃除) 의무가 주변 거주자에게 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총 470여쪽에 달하는 이 책은 오는 7~8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교통개발원·대학 경찰행정학과 등에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경찰청 교통기획과 장권영 계장은 “1961년 제정된 도로교통법 훨씬 전인 100년 전부터 도로교통 관련 법령의 뿌리가 현재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작업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