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묘사된 음란 만화는 사진보다도 성적자극이 심하다.’
일본에서 사상 처음으로 만화에 ‘외설’ 판결이 내려졌다. 도쿄지방법원은 13일 노골적인 성묘사를 한 만화를 출판·유통시켰다는 이유로 기소된 출판사 쇼분칸(松文館) 사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의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일본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57년에 ‘채털리부인의 사랑’이 외설판결을 받은 이후, 외설문제가 재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다. 일본에도 외설물 배포죄 등 관련법규는 존재하지만, ‘성인물’이라고 표시하면 그다지 문제삼은 일이 없었기 때문에 최근 몇년간 각종 미디어의 성표현은 크게 개방적이 된 상태다. 특히 만화의 경우 성인물(成年向)이란 도장이 붙은 포르노 장르는 최근 몇년간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2년 8월에 일본의 한 경찰출신 국회의원이 쇼분칸 발행의 ‘밀실(蜜室)’이란 책을 경찰청에 보내 “선거구민으로부터 ‘이런 만화가 나와도 좋으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통고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밀실’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성관계 장면으로 메워진 성인만화로, 극히 일부에만 모자이크를 사용하고 있다. 경찰은 10월에 작가와 출판사 사장, 편집국장을 기소했고, 작가와 편집국장은 약식판결에서 벌금을 물었다.
만화에 대해서는 사상 최초로 열린 재판에 ‘현재 일본사회에서 외설의 기준이 뭔지’에 대해 일본의 관심이 집중됐고 변호인은 외설죄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재판이 커졌다. 변호인은 ‘만화는 사진에 비해 사실성이 떨어지며, 성인용 표시를 하는 등 의무를 다했다’는 주장을 했으나, 법원측은 “묘사하는 방법에 따라서 만화는 사진이나 문서보다 훨씬 성적 자극이 강하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또 일본형법상의 외설죄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성도덕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합헌판단을 내렸다.
다만, 이 판결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문제의 만화는 일본에서 최근 출판되는 성인물 중 성적 표현의 정도만 따질 경우 그다지 심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체적으로 외설만화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어차피 일과성일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도쿄=최흡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