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낮 12시50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N호텔 7층 객실에서 예비역 육군 중장 김정헌(金正憲·65·전 육사교장·용인 죽전동)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호텔 종업원 김모(25)씨가 발견했다.
김씨는 속옷만 입은 채 화장실 문 상단에 손가방 끈을 끼워 고정시킨 뒤 목을 매 숨진 상태였다.
유서 원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김씨가 유서에서 '이 나라가 어떻게 해서 이룩해 놓은 나라인데, 최근 대통령 3명이 나라를 희망이 없는 나라로 망쳤다. 헌법을 유린해도 헌법을 지켜내지 못하는 얼빠진 법관들을 보고는 항의의 표시로 얼마 남지 않았을 나의 목숨을 국가에 바친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찰은 김씨가 최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기각 결정 등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자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빈소가 마련된 분당 차병원 영안실을 찾은 김씨의 육사 18기 동기생들은 “평소에도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었다”며 “조용하고 합리적인 성품이어서 현역 시절 군내에서 평판이 좋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평소 안보에 관한 걱정은 많이 했지만, 자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2사단장, 7군단장을 거쳐 1993년 11월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예편했다. 이후 김씨는 1년 동안 가나안농군학교에 들어가 농사를 짓는 등 봉사와 종교활동에도 열심이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김씨의 육사 동기들은 “김씨가 월남전 참전 당시 얻은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3년 전 보훈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고, 이후로는 외부와 가급적 접촉을 줄이고 주로 집에서 지내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는 20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