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가 되겠다는 뜻보다는 예수님을 섬기듯, 낮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섬기고 싶다는 소망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처음으로 여성사제가 탄생한다.

서울교구 김기리 (30) 부제(副祭)는 27일 열리는 서울교구 성직서품식에서 정철범 대주교로부터 사제 서품을 받는다. 서울교구, 부산교구, 대전교구 등 3개 교구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대한성공회 전체로 본다면 김씨는 5번째 여성 사제가 된다. 지난 2001년 부산교구에서 서품 받은 민병옥 사제가 국내 성공회 사상 첫 여성사제였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적으로 여성 사제와 부제는 8명에 불과한 상태다.

기독교 모태신앙인 김 부제는 서울대 미학과 김문환 교수의 1남1녀 중 둘째. 김 부제는 “대학을 성공회대로 권한 것도 아버지이고, 성직자의 길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것도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말했다. 원래 기독교장로회 신자였던 김 교수는 딸이 신학이나 철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하자 자신도 한때 성공회 성직자의 길을 고려했었다며 성공회대 진학을 권했으며 현재는 김 교수도 성공회 신자가 됐다고 한다.

김 부제는 “사제 서품을 받은 후에는 서울교구 본부에서 일하며 사제가 되기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터를 닦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녀와 달리 성공회 여성 사제는 결혼할 수 있으며 김 부제는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