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검지에 꽤 큰 상처가 하나 있다. 칼에 베어 찢어진 자국이다. 난생 처음 긴 칼을 휘두르다 피를 흘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손은 빨갛게 부었다.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배어 있다. 양손 다 그런 걸 보니 골프 쳐서 생긴 건 아니다. 가수 겸 탤런트 전진(24)의 요즘 상황이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미호 외전' 촬영에서 생긴 '영광의 상처'. 신화의 전진이 '구미호 외전'을 통해 연기자로 변신했다. 시트콤 '논스톱4'에 이은 두번째 드라마 출연이지만, 정통 드라마는 처음이다. 비중도 크다. 인간과 대결하는 구미호족 수장 무영 역이다. 김태희, 한예슬, 조현재 등 또래 영스타들과 함께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

카리스마, 그리고 사랑의 아픔

전진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우렁우렁하고 굵은 목소리로 부하들을 지휘하고, 작은 행동 하나도 절도있고 힘차다. 출중한 무예 실력을 뽐내는 건 기본. 또 냉철하고 차갑다. 대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표정, 눈빛 연기로 상대방을 압도한다. 여성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멋있다"며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사랑에는 한없이 약하다. 속으로 가슴앓이만 한다. 사랑하는 여인 시연(김태희)이 인간인 민우(조현재)와 사랑에 빠지자, 자신의 사랑을 감춘다. 뒤에서 묵묵히 그녀의 사랑을 지켜볼 뿐이다. 겉으로는 강하나 속으로는 따뜻하고 여린 캐릭터다. 전진은 "아버지의 뒷모습같은 인물"이라고 멋지게 표현한다.

진짜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어떻게 할까. "역시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한다. 여자에게도 보수적이다. "아무리 몸매 좋은 여자라도 치마를 못 입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만일 여자가 거부한다면? "헤어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렇게 재밌는 줄 예전엔 몰랐어요

전진은 운명론자다. 운명을 믿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연기는 내 운명이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연기에 푹 빠져있다.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다. 물론 가수를 그만두는 건 아니다.

전진은 "'구미호 외전'에서 진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시트콤과 정극을 가르는 건 마음에 안든다. 시트콤이 왜 오락인가. '논스톱4'를 할 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삶을 살았다. 일상생활과 연기가 같았다. '구미호 외전'에서는 연기력에 대한 우려를 거의 씻어냈다.

땀, 오 지긋지긋한 땀

전진은 요즘 '땀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한참 감정 잡고 연기하는데 땀방울이 스르륵 흘러내리기 일쑤다. 카메라에도 안잡힐 만큼 미세한 변화지만, 스트레스 받는다. 감정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체질적으로 땀이 많아서 더 고생이다. 땀 안나는 보약이라도 먹을 참이다.

어깨를 덮는 머리를 못 자르는 것도 고통스럽다. 무영이란 배역의 성격 때문에 그렇다. 여기에 몸에 딱 붙는 가죽옷을 입어야 한다. 그 차림으로 등에 긴 칼을 차고 액션을 한다. '땀, 머리카락, 가죽옷' 3중고다. 그래도 기분 좋다. "연기 늘었다는 칭찬을 들으면, 방송사 가요대상 받은 것 만큼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스포츠조선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