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까지 가세해 여권 내에서 사실상 ‘강행’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지금 열린우리당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 중인 세력은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任鍾晳) 의원이 주도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 의원 모임’과 우원식(禹元植) 의원 중심의 ‘아침이슬’ 소속 의원들이다.
이 중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의원 모임은 임종석 의원이 주도해 지난 7월 21일 결성된 것으로, 당시 참석자는 16명이었다. 첫 모임에는 임채정·한명숙·우상호·강기정·이은영·정성호·오제세 의원 등이 참여했는데, 이 중 이인영·우상호 의원 등 전대협 간부 출신 의원들이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 등의 국보법 폐지 모임이 결성된 지 나흘 뒤인 7월 25일에는 70년대 말 ‘긴급조치 시대’ 출신의 우원식·선병렬·이상민 의원 등이 결성한 ‘아침이슬’ 모임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동참했다. 이 두 모임 소속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론을 주도해 열린우리당 의원 84명이 폐지안에 서명을 했다. ‘아침이슬’ 모임 출신 의원들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보법 폐지 주장 등을 문제 삼아 ‘국가정체성’ 논란을 제기하자 정면으로 반박했고,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합헌 결정을 내리자 이 결정도 성토 반박했다.
현재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 중인 그룹의 면면을 보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를 당한 전력이 있거나 시국사건에 관련됐던 인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국보법 폐지법안에 서명한 84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 중 시국사건 전력이 있는 의원이 30명에 이르고, 그 중 15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됐던 경력을 갖고 있다.
국보법 폐지를 주도하고 있는 임종석 의원은 1989년 임수경씨 방북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전대협 1·2기 의장인 이인영·오영식 의원도 각각 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았다. 당 기획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80년과 87년 두 차례에 걸쳐 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당 중진인 장영달·한명숙 의원 등도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까지 같은 법의 적용을 받고 옥고(獄苦)를 치렀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당한 전력을 가진 의원 중 국보법 폐지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 3명 중 김근태 복지부 장관은 ‘폐지’ 입장을 밝혔지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안 의원은 “완전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개정파 모임을 주도하고 있고, 김부겸 의원은 신중한 입장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은 아니지만 각종 시국사건과 관련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구속돼 실형을 치른 의원들도 상당수다. 80년대 초 운동권 출신인 우원식 의원측도 “정권이 법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다 보니 같은 사건으로 어떤 사람은 국보법 위반이 되고 어떤 사람은 집시법 위반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서명 의원 중에서 이미경·이호웅·강창일 의원 등은 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송영길·이화영·정봉주 의원 등도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실형을 살았다. 유인태·원혜영·배기선 의원 등 70년대 민주화운동 출신 중진급 의원들은 “원칙적으로는 폐지에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아직 서명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