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연초에 방송하는 ‘신년특집극’으로 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방송한다.

오는 7일 밤 9시55분부터 2시간 동안 전파를 타는 신년특집극 ‘내 사랑 토람이’. 토람이는 극중에 등장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이름이다. 동물이 사람과 함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우리 나라의 첫 여성 맹인 안내견 사용자인 전숙연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제주도에서 감귤농장을 운영하며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아가던 전숙연씨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시각장애인이 된다. 무력감에 빠져 지내던 그는 혼자 서울로 올라와 시각장애인 학교와 대학원 특수교육학과에 다니며 6년 이상 남편,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어려운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특수교육 전문 교사로서 당당하게 일어서기까지, 드라마는 여성 시각장애인이 경험하게 되는 사회의 편견과 냉대, 안내견과의 만남과 이별 등을 담았다. 주인공 전숙연 역은 애견가로 유명한 하희라가 맡았다.

촬영에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맹인안내견학교의 훈련견들도 대거 동원됐다. 다 자란 성견 토람이 역으로는 골든리트리버와 래브라도리트리버 사이에서 태어난 안내견 ‘행복이’가 등장하고, 어린 시절 토람이 역할은 성장 단계별로 4마리의 강아지가 나눠서 맡았다. 동물을 등장시킨 드라마를 찍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연출을 맡은 한정환 PD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을 받은 개들이어서 여러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촬영 현장에서도 잘 적응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안내견 배우’들이 극중 폭발사고 장면이나 주인공이 위험에 빠지는 장면을 실제 상황으로 생각하고, 주인 곁을 절대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는 여러 스태프들이 감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저녁 시간대 드라마 중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을 넣은 것도 새로운 시도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외화 방송을 더빙하지 않은 원음으로 들을 때처럼 TV에서 '음성다중' 선택을 하면 '주인공이 어디로 걸어가고 있다…, 주인공이 한강 다리 위에 있다…' 식의 화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청각장애인들도 자막 서비스를 통해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한정환 PD는 "지난 2003년 극중 실존인물인 전숙연씨의 수기를 접한 뒤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드라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