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45번 국도를 타고 춘천 방면으로 가다 '정약용 유적지'라고 적힌 안내판을 따라 샛길로 빠졌다. 여기서 700여m를 들어가자 2m 높이의 녹색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왔다. 그 안에서 인부 20여명과 포크레인 한 대가 공사에 한창이었다. 이 곳은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가 2001년에 구입했다고 언론에 밝힌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장이다.

현재 '정주영 별장'을 헐어내고, 새 별장을 짓는 중이다. 크기는 임야 3만여평에 100평 규모의 건물 한 채다. 지하 1층, 지상 1층인 이 별장은 작년 3월 31일 공사에 들어가 현재 석축(石築)공사를 마친 뒤 통나무로 기둥과 지붕을 세우고 있었다.

한 주민은 "몇 달 전부터 트럭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다"며 "경비원들이 접근을 막아 무슨 공사가 진행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 대사의 별장은 빼어난 주변 경관으로 유명하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팔당지역 중에서도 강가 쪽으로 땅이 움푹 튀어나온 곳에 위치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내외가 재임 때 2박3일간 머물다 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홍석현 주미대사가 지난 2001년 사들인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별장

이 별장의 최초 소유주는 자유당시절 내무부 차관을 지낸 강석천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78년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아산 회장을 거쳐 2002년 2월 홍 대사에게 팔았던 것으로 등기부등본에 적혀 있다.

한 부동산업자는 "홍 대사의 별장은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인데다 땅 덩어리가 너무 커 가격이 쉽게 오르기 힘들다. 땅 전체 규모로 볼 때 30억원(평당 10여만원) 상당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