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18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각 밤 11시 30분)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됐다. 투표권을 가진 전 세계 115명의 추기경들은 17일부터 청내 숙소인 산타 마르타 호텔에 격리 수용돼, 차기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외부와 일절 접촉할 수 없다.
수백년간 내려온 이런 전통이 시작된 것은 13세기다. 1241년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사망한 뒤 차기 교황 선출이 지지부진하자, 로마 귀족 마테오 오르시니는 10명의 추기경을 아예 낡은 궁에 가두었다.
8월 무더위 속에 갇힌 상태에서 결국 2개월 만에 첼레스티노 4세 교황이 선출됐지만, 그 과정에서 추기경 1명이 숨졌고 새 교황 또한 감금 후유증으로 즉위 2주 만에 사망했다.
1268년 교황 클레멘스 4세가 사망한 뒤 로마 북쪽의 한 궁에서 시작된 콘클라베는 무려 2년9개월 만에 그레고리오 10세를 선출했다. 콘클라베 사상 최장시간 기록이다. 분노한 지역 주민들이 궁의 지붕을 뜯어냈고 음식 공급량을 줄이기도 했다.
이에 그레고리오 10세는 교황 서거 후 10일 안에 무조건 차기 교황을 뽑는다는 칙령을 내렸다. 화장실이 딸린 교황청의 한 방에 몰아넣고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3일 안에 교황이 나오지 않으면 하루 1끼의 식사만 제공되고, 5일이 지나도 합의가 안 되면 빵과 물, 포도주 외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했다.
20세기 들어 새 교황을 선출하는 데 걸린 평균 소요 기간은 3일이었다.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 선출 당시에는 사흘에 걸쳐 8차례의 투표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