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저격용 소총을 제조·보유한 혐의로 S정밀 대표 조모(55)씨를 구속한 경찰관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압수한 사제(私製)소총의 성능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은 “조씨가 만든 총을 직접 쏘아보니 값 비싼 외제 명품 총보다 겉 마무리만 못할 뿐 성능면에서는 오히려 뛰어나다”고 말했다.
경찰 실험 결과 조씨가 만든 소총은 500m 떨어진 거리에 일렬로 세운 사람 10명을 관통할 수 있을 만큼 관통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의 사제총은 특히 총을 쐈을 때 소음 수준이 ‘물수제비’ 소리 정도밖에 안 될 만큼 소음기 성능이 탁월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씨가 만든 사제총을 압수 수색한 서울광역수사대 지능팀 3반장 이종민(45) 경위는 “22구경짜리 불법 위조 사제총은 있었으나 39구경짜리 저격용 총이 위조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재주면 국방과학연구원에 가도 될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검정고시 출신으로 금형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했다. 조씨는 내연기관 정비자격증 등 8개의 자격증을 딸 만큼 금형, 기계조립 등에 재능이 있었다. 그는 카투사 병기담당으로 근무하면서 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조씨는 막연한 ‘관심’만을 갖고 있었다. 조씨는 1986년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하던 중 세계 명총(名銃)전시관에서 호주 ‘스탠리어 맨리처’사(社)의 7.62㎜ 저격용 소총을 보고 직접 총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1996년부터 3년간 직접 총포사를 운영했던 조씨는 그해 4월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이 반한 ‘스탠리어 맨리처’사의 7.62㎜ 저격용 소총의 제원을 뽑아 설계도를 직접 만들었다. 그는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자기가 운영하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공업사의 공작기계와 재료를 이용해 사제총을 제작했다. 경찰은 프로 못지 않은 솜씨를 가진 조씨가 ‘판매’를 목적으로 소총을 만들었는지 여부와 조씨가 총포사 운영시 사제총을 돈 받고 판 적은 없는지에 대해 계속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