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세대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그들은 의외로 "공시촌(公試村)에 가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는 올해 20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그래픽 참조〉 5년 전에 비해 9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사법·행정·외무·입법 등 5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까지 합치면 공시족들의 숫자는 엄청나다.
(편집자)
강정훈(27)씨는 작년 9월 세무사 자격증을 따자마자 7급 세무직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전북대 토목환경공학부 96학번인 그는 "자격증만으론 부족하다. 돈 몇 푼 더 벌자고 세무법인에 들어가 죽도록 일하는 것보다는 공무원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서울 S대를 2003년 졸업한 김영선(가명)씨는 작년 8월부터 9급 공무원 일반 행정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역시 부모님 말씀이 맞더라고요. 정년 보장에다, 직업 안정적이고 성별, 학벌 차별도 없고요." 김씨는 그동안 벌어둔 1000만원에서 학원비와 밥값, 교재비 등으로 한달에 60만원씩 쓰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7시 서울 노량진의 '한교고시학원' 201호 강의실 복도. 11시간 뒤인 오후 6시에 시작하는 '행정학' 수업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가방들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학원 관계자는 "이 일대에 20대 공무원 지망생이 워낙 많아 어느 학원에서든 아침마다 비슷한 풍경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노량진 한복판에 자리잡은 맥도날드에는 '낮 12~2시까지, 오후 5~7시까지는 스터디를 금지합니다'란 팻말이 걸려 있다. 20대 공무원 수험생들이 패스트푸드점을 자습이나 공동 토론 장소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노량진 일대의 공무원시험 학원 수강생 수(온·오프라인 포함)는 4~5년 사이 100% 이상 늘어났다고 학원 관계자들은 말한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명강사들도 이곳 공시촌으로 발 빠르게 자리를 옮기는 추세다. 인기 대입학원 H학원에서 15년간 전 강의 매진기록을 세웠던 J강사도 올해 1월부터 이곳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지방에도 공시촌이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다. 부산에선 2000년대 이후 서면 지역(행정구역상으로는 부산 진구 부전동)이 공시생들의 밀집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광주 동구 대의동에서도 공무원 시험 학원이 10여개를 웃돌기 시작했다.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한양대학교는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인터넷 동영상 강좌를 2003년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학교측은 "해마다 수강생이 100% 이상 늘어나는데, 예산이 부족해 밀려드는 신청자를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는 작년 3월부터 학원 강사를 초빙해 매일 저녁 공무원 시험에 필요한 8개 과목 강의를 주선했다. 부산대에서도 2003년 1월부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7·9급 공무원 방학 특강을 하고 있다.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평균 80대1 정도 된다. 한교고시학원 이우 실장은 "6개월 미만 공부로 합격했던 성공 사례는 이제 '과거의 추억'이 됐다"며 "합격까지 최소 1년, 평균 2년은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수년째 시험에 실패하고 떠도는 '공시폐인', '공시낭인'들도 양산되고 있다. 그래도 Na세대들은 너도나도 공시족이 되려 한다. 외환카드에 다니다 그만두고 7급 공무원을 준비 중이라는 오윤택(27)씨는 "솔직히 아직까지 정년 보장 되는 직업이 공무원 말고 또 어디 있느냐"고 했다.
※ 20대는 ‘나’를 강조하는 세대다. 인터넷에서 ‘나’를 영어 발음대로 옮겨 ‘Na’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