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번째 앨범을 발표할 가수 김건모. 간편한 차림새로 나타난 그는 여전히 재기발랄하고 자신감에 넘쳤다. <a href=mailto:gibong@chosun.com><font color=#000000>/ 전기병기자</font><

여전히 '건모'스럽다. 앞뒤 가리지 않고 속내를 드러내는 재기발랄한 솔직함, 한 발짝만 넘어서면 오만하게 받아들여졌을, 넘치는 자신감…. 그러나 진정 '가수 김건모'의 힘을 느끼게 한 것은 "계획요?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노래할 뿐인데"라는 무심한 한 마디였다. 체화(體化)돼 버린, 음악을 향한 단출한 열정이 그곳에 있었다.

"가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음~, 소주는 어때요? 소주를 '그대'로 표현하는 거예요. '그대를 처음봤을 때 어색했지만 오늘 밤 외로워도 그대 때문에 산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정말 재밌는데요."

25일 저녁, 다음달 10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서울 압구정동 한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김건모(37)를 만났다. "밤새워 술을 마셔 머리가 띵하다"는데, 신곡이 흘러나오면 눈빛은 반짝거린다.

"작년 여름 9집 앨범을 낸 뒤, 꽤 오래 쉬었어요. 방송활동 안 했잖아요. 그러다 올해 초 영화 '레이(Ray)'를 봤죠. 와, 정말 '쇼킹'하더군요. 레이 찰스뿐 아니라 솔(soul), R&B를 하는 수많은 외국 선배 뮤지션들은 40년이고 50년이고 죽기 직전까지 곡을 쓰며 노래 하는데 저는 고작 10년 남짓 해놓고 이렇게 나태해졌나 싶어서…. 지금까지 일곱번 봤는데 앞으로도 마음이 느슨해질 때마다 보려고요."

9집 앨범 발매와 함께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그이지만 10집 앨범부터는 다시 브라운관에 나선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만 하다가, 작년에 숲 밖으로 나와 전체를 조망하며 제 위치를 알았으니, 이제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갈 때"라며 "최근 너무 대중들과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앨범은 재즈적 색채가 도드라지지만, 또렷한 멜로디가 살아 있어 쉽다. 타이틀곡으로 예정된 '서울의 달'. 솔의 진득한 감성을 탄력있게 소화해내는 김건모의 '섬짓'한 보컬은 재지(jazzy)하지만 호흡이 긴 피아노 연주와 '부조화의 미학'을 일궈낸다. '발가락'(가칭)은 가사가 유쾌하다. "그녀 발가락이 너무 예뻐요. … 매력있고 예쁜 여자 많겠지만 그녀처럼 예쁜 발가락을 찾기란". 그는 "너도나도 아무렇지 않게 성형수술 하는 요즘 세태를 풍자했다. 외모보다 무엇이든 남다른 장점 하나만 있으면 그게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앨범 내고 나면 제 나이도 곧 마흔입니다. '스피드' '잘못된 만남'을 다시 부를 수는 없어요. 26세에 데뷔한 저의 팬들 상당수도 지금은 30대가 됐을 텐데 그들 필(feel)에도 맞는 음악을 해야죠. 과거 '치즈 버거' '불고기 버거' 같은 노래를 했다면, 이제는 '김치볶음밥 버거' 같은 노래를 한다고나 할까요? 끊임없이 '고객'들 입맛에 맞는 메뉴를 생각해내야죠."

김건모는 6월 17·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 번째 기다림' 콘서트를 연다. 수익금은 전액 시각장애인 개안(開眼)수술에 기부할 예정. 그는 "쑥스러워요. 가식적인 도움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연 준비는 잘 돼가냐?"고 묻자 흥미로운 대답이 흘러나온다. "작년에 방송 안 하고 전국을 돌며 30여회 공연을 했는데, 그때 '언제든지 고스톱 칠 수 있는 판돈'을 벌어놓은 것 같다"고 했다. 관객 앞에서 자신있게 설 '내공'이 쌓였다는 의미다. "결혼하면 전 같은 노래가 안 나온다. 음악에 대한 고민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아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 그에게 결혼은 아직도 '먼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