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명물 카바레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가 지난 25일 벨기에 출신의 투자자에게 팔렸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크레이지 호스가 이제 더 이상 프랑스 것이 아니다"라며, 매각을 아쉬워했다.

1951년 설립된 크레이지 호스는 물랭 루주, 리도와 함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파리 3대 카바레의 하나. 여성들의 노출이 그리 심하지 않던 50여년 전에, 나체에 가까운 파격적인 노출 의상의 무희들을 내세워 화려한 극장식 쇼를 선보이면서 세계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르몽드에 따르면, 크레이지 호스의 창업자 알랭 베르나르댕은 프랑스 패션의 선구자 파코 라반이나 피에르 카르댕처럼, 여체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이고 시적으로 표현하는 분야를 새롭게 개척했다는 평가를 프랑스 내에서 받을 정도였다.

크레이지 호스는 지난 200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2호점을 냈고, 오는 2005년 말 싱가포르에 3호점을 내는 등 명성을 유지하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1994년 창업자가 사망하고 세 자녀가 공동 소유하면서 위상이 흔들려왔다. 창업자의 아들 디디에 베르나르댕은 "크레이지 호스의 명성을 계속 이어가자면 이제는 고삐를 다른 사람한테 넘길 때가 됐다"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파리=강경희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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