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재산가인 50대 중소기업 대표가 10개월째 소식이 끊겨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섰다.

경기도 일산경찰서는 박찬주(53·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씨가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8시쯤 집을 나간 뒤 지금까지 실종된 상태라고 7일 밝혔다. 화환 제작업체를 운영한 박씨의 재산은 고양과 파주 일대의 토지 등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형제들은 5남매 중 장남인 박씨를 찾기 위해 1억원의 사례금을 내걸고 목격자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 당시 박씨는 아내(52)가 필리핀에 유학 중인 딸(16)에게 가 있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달 남짓 해 온 상태였다. 박씨는 실종 당일 오후 8시쯤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손님이 와 있으니 10분 후 다시 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박씨의 동생(47)은 "형님이 별다른 이유 없이 집에 돌아오지 않고 휴대전화도 꺼져 있어 이틀 뒤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면서 "납치 살인사건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당초 경찰은 집 안에 사라진 금품이 없고 다툰 흔적도 없어 단순 가출로 보았으나, 실종 기간이 길어지자 면식범에 의한 범죄로 방향을 잡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당초 용의선상에 올렸던 사람은 박씨 딸의 과외교사였던 K씨. 박씨 딸의 필리핀 유학길에 동행했던 K씨는 박씨 실종일 무렵 잠시 귀국했다가 11월 16일 다시 출국해 유력한 용의자로 꼽혔다. K씨는 수사 초기 "박씨를 납치,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이후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 자백한 것"이라며 혐의를 강력 부인,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