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혜은이 뛰었다고? 그 키 작고 통통한 이혜은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단 말이야?"
지난 2004년 5월 사람들은 영화 '코르셋'에서 뚱뚱한 여주인공 공선주 역을 맡았던 배우 이혜은이 그해에 마라톤을 두 차례나 완주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럼 나도 뛸 수 있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혜은에게 "같이 훈련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그럼 토요일 오전 8시에 양재천으로 모여라"는 말을 들었다. 회원 10여명으로 결성된 '토끼신달모(토요일 우리끼리 신나게 달리는 모임)'는 이후 매주 양재천을 달렸고, 현재 회원은 5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춘천마라톤과 올해 동아마라톤에서는 이 중 10명이 완주했다.
회원들을 코치하며 뛰던 이혜은은 그러나 정작 2004 춘천마라톤을 뛰지 못했다. 영화 '엄마' 촬영 등 과로로 간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입원을 하게 된 것. "춘마는 현장에 갔지만 구경만 했어요." 이혜은은 결국 휴식을 취하면서 건강을 되찾았고 한 달 뒤인 11월 남한강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러면서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더할 수 없는 행복'임을 절실히 깨달았고 '뛸 때와 멈출 때를 구분하는 지혜'를 터득했다고 그는 말했다. "마라톤은 매번 참가할 때마다 가르침을 주죠. 올 3월에 참가했던 동아마라톤에서는 '길은 정해져 있는 거고, 사람들은 모두 그 길을 간다. 나태하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어요."
이혜은은 2004년 1월 비만과 성인병을 치료하는 한 한의원에 다니면서부터 양생체조 및 달리기를 시작했고, 70여일 만인 3월 28일 인천마라톤을 완주했다. "지난 2001년부터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 출연해 뛰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기초 체력이 향상됐나 봐요. 개구쟁이인 난쟁이 '산만해' 역을 맡아 항상 무릎을 굽힌 자세로 연기한 것도 다리 힘을 키웠을 거고요." 지금까지 마라톤을 6회 완주한 이혜은의 최고 기록은 4시간21분40초다.
지난 4일 5년간의 '백설공주…' 공연을 일단 끝낸 이혜은은 이번 주 수원 공연(경기도문화의전당, 오후 3시·6시)을 시작으로 다시 '주말 전국 투어'를 돈다. 하루 2시간씩 하던 운동시간도 춘마에 맞춰 점차 늘릴 계획. "춘마에서 잘 관찰해 보니 '서브3'(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 기록 보유자들은 정말 야생마 같았어요." 이혜은은 "영화 '코르셋'에서 나는 '꽃돼지'였지만 지금은 조랑말"이라며 "춘마에서 '서브4'를 이루고 나중에 내 목표인 3시간30분을 깨면 나도 말이나 치타처럼 진짜 멋진 몸매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2005.09.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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