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시간 넘게 버스를 달린 후에야 영화 '홀리데이'(감독 양윤호, 제작 현진씨네마)의 촬영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에 주차돼 있던 몇 대의 밴이 아니었다면 '진짜 교도소'로 착각할 뻔했다.
전북 익산의 한 폐교에 13억여원을 들여 지어진 1만평짜리 세트에는 웅장한 담과 감시용 망루, 지하 독방, 철조망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돼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교도소 장면 촬영이 가능한 곳은 서대문 형무소 단 한 곳뿐이었지만, 익산 세트의 완공으로 "'교도소 신'의 새 장을 열었다"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10억원의 세트 제작비를 보조한 익산시는 '홀리데이' 촬영이 끝난 후 세트장을 인근 보석박물관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키울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
이날은 '절대 악'과 '절대 권력'의 화신인 교도소 부소장 김안석(최민수)의 사주를 받은 다른 죄수 일당이 농구 시합 도중 지강혁(이성재)을 죽이려는 장면이 촬영되고 있었다.
이성재를 비롯한 수십명의 배우들이 진흙탕 속에서 뒹굴길 여러 차례. '와~'하는 함성 소리와 감독의 '컷' 소리가 반복되던 중 갑자기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온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몰려들었다.
지강혁의 탈옥 동기 최민석 역을 맡은 여현수가 심한 몸싸움 장면을 찍던 도중 오른팔을 심하게 다친 것. 하지만 얼마간의 휴식 후에 촬영은 곧바로 재개됐다. 여현수가 촬영 강행 의지를 보였기 때문. 하긴 '홀리데이' 현장에서 이 정도 부상은 부상 축에도 못 끼는 편이란다.
지난달 최민수가 촬영 현장으로 가던 중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오른쪽 쇄골이 복합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것을 비롯, 이성재는 극 초반부 촬영 도중 오른쪽 어깨 탈구를 당하기도 했다.
자잘한 타박상과 찰과상은 대부분의 배우들이 달고 사는 정도.
한 시간쯤 훌쩍 지난 후에야 농구 시합 장면의 촬영을 마친 이성재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가뜩이나 살인적인 다이어트로 얼굴이 퀭해진 데다 진흙 범벅이 된 몸에서는 흙탕물이 뚝뚝 떨어지고, 초저녁 추위에 덜덜 떠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하지만 이처럼 '안 돼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이성재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가득했다. "전작들에서 등산(빙우) 액션도 있고, 춤(바람의 전설) 액션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제대로 된 액션신이 많은 적은 없었어요. 그래서 몸이 많이 힘들긴 하죠. 하지만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고, 상대역인 (최)민수 형이 너무 연기를 잘 하셔서 편하게 즐기면서 찍고 있습니다."
먼발치에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최민수가 걸어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이)성재는 '향기가 좋은 사람'입니다. 이번 영화 정말 느낌이 좋아요." 특유의 선문답 식 말투는 여전하다.
몸 상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특유의 호기 어린 답변이다. "뭐 살짝 긁힌 것 가지고 그러세요?" 하지만 얼마 안 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실 너무 아파요. 지금까지 영화 찍으면서 7번 정도 뼈가 부러졌는데 이번엔 정말 통증의 차원이 달라요. 가끔 현기증이 날 정도예요."
지난 88년 지강헌 탈주사건을 그린 영화 '홀리데이'는 현재 40% 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내년 설 연휴 개봉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익산[전북]=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