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자들의 대부' 아베 피에르(93·Abb?Pierre·사진) 신부는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인기 투표에서 축구스타 지단과 1, 2위를 다툰다.

'살아있는 성자'로 존경받는 아베 피에르가 자신의 새 책에서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고백해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출간된 '맙소사…왜?(Mon Dieu... pourquoi?)'라는 제목의 책에서 그는 어린 나이에 사제가 된 얘기를 쓰면서 "독신 서약에도 불구하고 성적 욕망을 완전히 억누를 수 없었다. 아주 가끔 이 성적 욕망에 굴복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성적 욕망이 내게 뿌리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육체적) 관계를 지속한 건 아니다"라고 썼다.

아베 피에르는 "내연의 아내를 두고 있는 사제들을 알고 있다"면서 "이제 교회도 결혼한 사제와 독신 사제 모두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또 "독신 서약이 신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회학적인 것"이라면서 "앞으로 교회가 이 점에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여성 사제 허용, 동성애자 커플의 자녀 입양도 지지했다. 아베 피에르는 이전에 펴낸 책에서도 천사의 목소리를 가진 한 성가대원과의 오랜 정신적 사랑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의 솔직한 고백에 프랑스 가톨릭계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입장 표명에 조심스럽다. "그의 책이 보여준 깊이있는 믿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이 몇몇 이슈만 강조한 게 유감스럽다"는 반응부터 "그런 인간적인 약함 때문에 오히려 그가 그토록 인정이 많다"는 반응까지 복합적이다.

아베 피에르는 1949년 열린 공동체 '엠마우스회'를 설립, 집 없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한평생 투쟁해왔다. 하얀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인 그는 지금도 무주택자들을 위한 시위 현장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