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힙합이지만 힙합 뮤지션은 아니다?
힙합 3인조 에픽하이가 "우리를 힙합 뮤지션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는 이색 주문을 했다.
3집 '스완 송즈'로 돌아온 에픽하이는 "우리 음악은 힙합이지만, 힙합 뮤지션으로 불리는 건 싫다"고 분명히 했다.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는 "규칙을 벗어나고 싶어 힙합을 하는데, 요즘 한국 힙합은 너무 법칙이 많아졌다"며 "자기과시에, 강한 척만 하는 힙하퍼들이 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조금만 벗어나면 힙합의 본질을 안 지킨다고 손가락질하는 이 바닥에서 싸우기 싫다"며 "그냥 힙합을 사랑하는 음악인으로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픽하이는 이번 3집에서 사회비판적 주제보다는 감성적인 노래를 하고, 힙합에 일렉트로니카와 록을 섞는 실험을 했다. 힙합 본연의 느낌은 살리면서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시도했다.
"감상용 힙합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대로 춤추는 클럽에서보다는 공연이나 턴테이블을 통해 듣기 좋은 음악을 담았다.
타이틀곡은 '플라이'.
입시생, 취업준비생, 삶이 퍽퍽한 이들에게 날개가 없는 사람도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꿈을 접으려는 이들의 귀를 파고드는 '유 캔 플라이'란 메시지가 반갑다. 이 노래 역시 힙합이면서 일렉트로니카 같고, 또 R&B 같다.
한편의 멜로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이별, 만남...그 중점에서'는 클래지콰이의 알렉스가 보컬을 맡아 애잔한 느낌을 살렸다.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남자의 애절함을 표현한 '패리스'는 러브홀릭의 보컬 지선이 피처링에 참여해 중독성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넬의 보컬 김종완, 브라운아이드솔의 고영준, 이정 등 많은 동료가수가 이번 3집을 도왔다. 3집 타이틀 '스완 송즈(Swan Songs)'는 예술가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작을 뜻하는 말.
에픽하이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음반"이라며 "4집이 나오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에픽하이의 3집은 타이틀 덕인지 힙합 음반으로는 드물게 출시 3주 만에 8만장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각종 음악순위 프로그램에서도 첫 방송에 1위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낳고 있다.
(스포츠조선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