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인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카오스'의 저자이기도 한 제임스 글릭의 이 책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면서 당대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일대기다. 그러나 이 책은 전기를 넘어, 그가 추구하였던 이론물리학의 커다란 성취를 조명한 교양과학서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일급 과학자로 발돋움하기까지, 그는 유달리 독창적이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상가였다. 파인만이 이루어놓은 위대한 물리적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경로적분을 이용한 양자역학의 새로운 해석, 양자전기역학의 복잡한 계산들을 직관적이며 빠르게 계산할 수 있도록 고안한 파인만 다이어그램, 초유체 현상의 이론적 규명 및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에서의 파인만 이론….

글릭은 파인만의 생애를 통해 범인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한 천재의 모습을 그린다. 특히 천재로 널리 알려진 뉴턴, 아인슈타인, 에디슨 및 당대 뛰어났던 그리고 천재로 분류될 수 있었던 물리학자의 부류에서 엿볼 수 있었던 천재의 면모와 파인만의 그것이 어떻게 달랐는지를 비교하면서 천재의 개념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지를 통찰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창의적이고도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절실히 요구하는 이 시대에, 물리학자로서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그러면서도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아픔을 겪기도 했던 파인만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재조명해보는 좋은 기회도 제공한다. 황우석교수문제로 온사회가 논란을 벌이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숱한 업적이 탄생하기까지 파인만이 겪은 일들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다른 학자들과의 경쟁을 통해 심적인 고통을 받았으며 연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원자폭탄 제조에 참여했던 파인만이 원폭의 파괴적 결과를 보고 극심한 우울감에 빠진다. 그런 인간 파인만의 면모를 여과 없이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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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또 파인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폴 디랙, 엔리코 페르미, 한스 베테, 로버트 오펜하이머등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파인만의 비상한 재주와 탁월한 연구 업적들이 학계에 소개되고 인정받게 되는 과정들을 담아낸다. 양자역학의 탄생에서부터 현대 소립자물리 및 응집물리 분야에 이르기까지, 미해결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나간 당대의 일급 물리학자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줄리언 슈빙거, 프리먼 다이슨, 머리 갤만 등이 그들로, 이들의 물리학 연구 세계를 친근감 있는 문체로 소개한다. 그들이 추구하였던 물리학의 연구 방식이 파인만의 그것과는 어떻게 달랐는지를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롭다.

글릭은 파인만이 남긴 글, 자료 및 공식적 기록들과 파인만의 가족, 친구 및 지인들의 진술들을 세밀히 취재하여 그동안 파인만에 대해 잘못 알려졌거나 덜 알려져 있던 사실들을 기록했다. 과학자로서의 비범했던 삶만 조명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희노애락을 통해 과학 세계와 삶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어우러져 있음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과학을 전공하려는 학생, 현대물리학의 흐름에 관심이 있거나, 유별난 천재 과학자의 독특했던 삶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소장해야할 도서'다.

(강신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