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서울 성산대교의 난간에 뚫린 구멍들은 왜 만든 것일까'답: '유사시 한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적을 향해 대포를 쏘기 위한 구멍'
서울 한강의 교량은 총 20개. 이 가운데 몇몇 다리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들이 있다.
유람선에서 보는 성산대교는 반달형 아치가 연결된 모양이다. 서양의 직선미와 동양의 곡선미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교량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반달형 난간 마다 최소 80㎝, 최대 2m 직경의 구멍 9개가 있다. 철제 난간의 두께는 20㎝ 정도. 반달형 난간이 16개이니, 교량 전체로 보면 총 144개의 구멍이 있는 셈이다. 교량 인도에 서서 구멍을 통해 보면 한강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다.
서울시 관계자는 "1980년 성산대교 건설 당시에 정부 고위층이 지시해 일부러 만들었다"고 했다. "배 타고 한강으로 진격하는 적에게 대포나 총을 쏘기 위한 것"이라는 증언이다.
아치형 구조물이 아름다운 한강대교는 자살과 관련된 사연이 많다. 2003년부터 밤이면 LED(발광다이오드) 1200개로 장식한 경관조명을 밝혀 시민들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아치 부분을 장식한 형광조명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시민 설문 결과, 푸르스름한 야간 조명이 우울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한강대교에서 의 투신사고는 근래(2003년 1월~2005년 10월)에만 66건으로, 어느 한강다리보다도 많다. 그래서 서울시청 도시디자인과는 시민들 얘기대로 조명부터 바꿔야 하는 것 아닌지 검토하고 있다. 곧 한강 다리 조명에 관한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전쟁이 나면 관리권이 서울시에서 군(軍)으로 즉각 넘겨지는 교량도 있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전시에 군이 직접 관리하고, 필요하면 폭파할 수도 있는 교량이 있지만 보안상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한강 둔치 역시 군사 작전으로부터 자유롭진 않았다. 반포대교를 건설한 시공사 관계자는 "70~80년대 한창 한강다리를 만들 때 남측 둔치의 비탈면에 도강(渡江)하는 적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용 토치카를 건설해둔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