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김광연(金光演·77·송도대장항문병원 원장)씨네 7남매가 모일 때 빠지지 않는 얘깃거리는 선친(김대우·金大羽·1900~1977)이 생전에 모았던 글씨와 그림 얘기다.
이 7남매가 아버지의 컬렉션 중에서 아주 특별한 글씨 한 점을 11일 조선일보에 기증했다. 서예가인 성당(惺堂) 김돈희(金敦熙·1871~1937)의 글씨 '경근당(敬近堂)'이다. 이 글씨를 조선일보에 기증하게 된 것은 성당 김돈희가 현재 사용되는 '朝鮮日報'라는 제호(題號)를 쓴 서예가임을 최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원로 서예가 김선원 씨는 "조선일보 제호는 누가 봐도 성당의 글씨"라며 "구한말의 손꼽히던 명필이었던 김돈희는 당시 양대 신문이던 조선일보·동아일보의 제호를 썼고, 후학도 많이 양성했지만 제자들이 그의 글씨체를 쉽게 따라 쓰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아끼셨던 이 글씨를 쓴 사람에 대해 알게 되자, 7남매는 "그럼 이 글씨는 조선일보에 기증하자"고 뜻을 모았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경근당'은 공경심을 가까이 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소장자가 선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아마 소장자의 집 '당호'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남매는 아버지가 소장했던 서적 600여 권은 30여 년 전 서울대학교에 모두 기증했다.
이제는 68세에서 79세까지, 노인이 된 7남매의 뇌리엔 아버지의 모습이 '선비'로 아로새겨져 있다. 막내인 김광순(金光淳·68) 한국하우톤 회장은 "아버지는 평범한 공무원이셨지만 글씨, 그림, 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평생 수집을 했고, 그런 모습은 '선비정신'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아버지가 쓰시던 다다미방에 있던 이당 김은호 선생의 병풍, 집안 곳곳에 걸려 있던 당대 명필가들의 글씨 같은 것들이에요.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께서는 가는 부임지마다 서예가와 화가들을 벗하며 지내셔서, 집안엔 글씨와 그림 수백 점이 가득했습니다."
'선비정신'을 입이 닳도록 강조한 아버지 때문에 일곱 남매는 지금도 모두 '선비정신' '부모공경'이라는 자세로 '무장'을 하고 산다. 남매 일곱 중 셋은 미국에, 하나는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지난 1월 설 때는 하와이에서 부부 동반으로 14명이 다 모여 제사를 지냈다. 미국에 사는 맏아들(79)은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아버지의 묘소를 찾을 때 자식 5남매와 손주들까지 29명을 데리고 왔다.
차남인 김광연씨는 "아버지는 사농공상(士農工商) 중 사(士)를 최고로 여기셨다"며 "늘 글씨와 책을 보물처럼 여기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요즘 자식들에게 그런 선비정신을 가르치고 있는가, 가끔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입력 2006.07.1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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