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엑스포 사진전" 자원봉사자로 나선 대전엑스포 도우미들. 류승미 김순영 김은희 도현숙 순길정씨(왼쪽부터).

1993년 대전엑스포 행사 당시 활동했던 여성 도우미들이 13년만에 다시 뭉쳐 왕년의 세련된 솜씨를 발휘했다.

11~20일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전망대에서 '2006 사이언스 페스티벌' 부대행사로 열린 '93 엑스포 사진전'. 행사장 입구부터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 깜찍한 복장의 도우미들이 관람객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행사장을 안내하고 대전엑스포 관련 사진을 일일이 설명해준 도우미들은 30~40대 주부들. 대전엑스포 당시 20대의 미모와 지성미, 교양을 갖춘 도우미에 선발돼 상냥하고 친절한 안내로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여성들이다.

이들은 엑스포가 끝난 후에도 서로 연락을 취하며 100여명의 회원을 둔 '93대전엑스포 도우미동우회'를 결성했고, 이 가운데 10여명이 엑스포 과학공원에서 과학체험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자로 나선 것. 대부분 어린 아이를 둔 가정주부이기 때문에 2~3명씩 교대로 나와 행사장 안내를 맡았다.

동우회장 김은희(37·대전시 서구 만년동)씨는 "장농에 소중히 간직해온 도우미복을 꺼내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장에 나왔다"며 "엑스포 당시 활동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대전엑스포에서 활동했던 도우미들은 모두 800여명. 25대1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국제행사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에 행사기간 내내 친자매처럼 서로 도와주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최근 이들에겐 서운하고 속상한 일이 있다. 당시 '도우미'란 명칭은 엑스포조직위원회가 일반 공모를 통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불편을 해소해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란 뜻의 순수 우리말로 붙였다. 이들은 엑스포의 꽃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려 이후 도우미란 말은 일반 보통명사로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최근 '노래방 도우미' 등 도우미란 말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변질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예전의 도우미 이미지가 크게 퇴색된 것. 김씨는 "도우미에 대해 지적재산권이라도 확보해 놓고 싶을 정도"라며 "앞으로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해 도우미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자원봉사 활동에 이어 연락이 닿는 회원들을 모아 소아암 환자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