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멋있어진다는데 여자배우는 그렇지 않다고? 오우 노(No)! 김혜수를 봐도 그런 얘기가 나올까? 그녀를 만난 첫 느낌은 뭐랄까? 자신감, 여유, 자연스러움, 그리고 아름다움.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연기생활 20년을 맞은 연륜도,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선 나이의 무게도-그녀의 말처럼-그녀 앞에선 단순한 '숫자'에 불과했다. 영화 '타짜'에서 과감한 노출 연기로 다시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한 그녀를 만났다.
"파격신, 부담없이 찍었어요"
화려한 이미지? 사실은 평범!
"배우 안됐다면 지금쯤 주부"
◆"부담없이 찍었다."
풍만한 상반신이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전라로 드러난 뒷모습의 자태도 눈부시다. '타짜'에서 '정마담' 역의 김혜수가 '고니' 역의 조승우와 처음 만나 관계를 맺는 장면. 추석영화 치고는 치명적인 '18세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은 이유가 이것은 아닐까? 김혜수와 조승우, 최동훈 감독이 머리를 맞대로 고심한 끝에 뽑아냈다는 연기. 속절없이 잘라내기엔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름값만으로도 제몫을 해내는 배우인 김혜수가 굳이 벗는 연기를 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싫다면 그냥 암시적으로 넘어갈 문제였다. 하지만 그녀는 과감한 쪽을 선택했다. 바로 그게 극의 흐름상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부담없이 표현했어요. 디테일은 생략하면서도 가장 두 사람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그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역할에 대한 그녀의 적극성 때문인지 정마담의 역할은 원작보다 훨씬 늘어났다. "주인공은 아니에요"라고 겸손해했지만 '타짜'는 그녀의 존재로 인해 정말 원작으로부터 '재탄생'했다.
◆"연기자 아니면 주부."
배우 김혜수가 아닌 다른 김혜수를 상상할 수 있을까? 화려한 이미지의 그녀는 처음부터 연기자로 태어난 사람같아 보이는데….
'타짜'의 정마담은 물론, '얼굴없는 미녀'(2004년)의 매혹녀, '신라의 달밤'(2001년)의 억척녀 등등. 그녀는 하는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했다. 연기자로서의 도전을 위해 작은 역할도 마다 않는 근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의외다. "전 진짜 평범해요. 연기자가 안 됐더라면 아마 지금쯤 주부일거예요. 대학 졸업 후 일반회사에 다니다가 결혼하고 애 낳아서 사표내고 전업주부가 됐을 것 같아요."
또래들보다 대가족인 5형제 중의 둘째딸이라서 그렇다면 이해가 갈까?. 쉬는 날이면 그녀는 휴식과 요리를 즐긴다. 지난 생일에는 가족들과의 저녁식사로 축하파티를 대신했다.
"좀 있으면 언니가 출산을 해요. 언니가 결혼하고 10년만에 갖는 첫 귀중한 아이라서 가족들이 모두 설레고 있어요."
스크린 밖의 김혜수, 그녀는 곧 태어날 조카의 예쁜 이모로서 행복하다.
◆"섹시 드레스는 시상식에만."
김혜수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키워드는 '파격적인 패션'과 '청룡영화상'. 그녀는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청룡영화상의 마이크를 작년까지 7번이나 잡은 '청룡의 여인'. 1993년과 1995년에는 여우주연상도 수상했다.
그 때마다 그녀는 파격적인 의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육감적인 몸매 위로 선뵈는 과감한 패션은 메인 이벤트보다 더 큰 화제가 되곤 했다.
"누가 평소에 그런걸 입겠어요. 시상식에서만 입어요. 그런데 저한테 파격적 패션이라고 하는 건 언론을 통해 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요. 한번 보세요. 시상식에는 다 그렇게 입고 와요."
그녀는 '타짜'에 이어 최근 '좋지 아니한 가'와 '바람피기 좋은날'에서도 색다른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바람피기 좋은날'에서는 실제 15세 연하인 이민기와 금지된 사랑을 펼쳐보인다.
실제 15세 차이의 커플은 가능할까? 결혼은 도대체 언제쯤? "아직도 그런 게 궁금하세요. 글쎄요. 개인적으론 철이 안 든 사람을 가장 경계하구요. 이상형은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사진=전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