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쓴다면 안 쓴다!"
삼성 선동열 감독이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구차하게 선수를 붙잡아두느니 차라리 풀어준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지난 24일 보기 드문 결정을 했다. 베테랑 사이드암스로 박석진과 군 복무 중인 정통파 라형진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자유계약선수로 풀었다는 뜻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정해진 기준인 9시즌을 채워 대박 계약을 노릴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와 구단에서 재계약을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자유계약선수다. 후자는 통상 '방출'이라는 개념이다.
박석진과 라형진은 사실상 방출된 자유계약선수다. 그런데 두 투수가 갖춘 기량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정이다. 5~6년 전의 최고 기량은 아니지만 박석진은 어느 팀에서든 요긴한 셋업맨으로 쓰일 수 있는 선수다. 스물아홉 살 라형진은 아직 기량이 만개한 적이 없지만 기본적으로 140㎞대 중후반의 빠른 직구를 갖췄기에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크다.
만약 작정했다면, 박석진과 라형진을 묶어서 다른 팀과 트레이드를 시도할 수도 있다. 둘을 패키지로 엮는다면 최소한 다른 팀으로부터 1.5군급 타자 유망주를 데려올 수 있다.
삼성은 넘치는 투수 자원에 비해 타력이 비교적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도 트레이드를 시도하지 않고 박석진과 라형진을 조건 없이 풀어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구단 프런트에서조차 "조금 아쉽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결론은 선 감독의 의지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축 셋업맨이었던 박석진이 올시즌 부진하자 선동열 감독은 가차없이 2군행을 지시했다. 내년에도 박석진을 기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설명도 했다. 다음 시즌에는 윤성환, 권오원, 정현욱 등 군 복무를 마친 젊은 투수들이 대거 컴백한다. 박석진이 설 자리가 없다. 1년 뒤 군 복무가 끝나는 라형진의 경우도 딱히 한 자리를 꿰차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박석진의 경우 본인의 의지가 더해져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드문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안 쓰는데 굳이 잡아둘 필요가 있는가"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선수단 물갈이 차원에서 고참을 정리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박석진의 경우 조만간 LG 혹은 SK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출'된 자유계약선수지만 시장에선 아직 상품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스포츠조선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