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에 이미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묘사해온 강대국에 대한 사관(史觀)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영향력 면에서 자국이 이미 강대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과거 사관을 고집할 경우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CC TV는 지난 13~24일 12부작인 대형 역사다큐멘터리 '대국의 부상(大國?起)'을 방영했다.

이 다큐멘터리엔 아메리카대륙 발견 이래 500여 년간 세계를 주름잡았던 9개 강대국의 흥망사가 담겨 있다. 역사·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의 국내외 최고 전문가와 학자 100여 명의 시각을 통해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소련, 미국 등 9개국이 정밀 분석됐다.

진시황릉에서 발굴된 ‘장군용’.

제작팀은 2004년 초 제작에 들어간 뒤 7개 촬영팀을 9개국에 파견했다. 다큐멘터리는 특히 강대국의 흥망 원인과 과정을 정밀 추적했다. 다큐멘터리는 방영과 동시에 중국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고 신화통신이 26일 전했다. 한 네티즌은 "우리 모두는 다른 강대국들의 경험과 교훈을 배우고 거울삼아 조국이 강대국으로서 어떻게 부상해야 하는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과(?果)일보 등 홍콩 언론들은 이 다큐멘터리에 중국 지도부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금까지 강대국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국을 식민통치하면서 자원 약탈 등 경제적 수탈을 자행했다고 비난해왔다. 반면 이들 자본주의 국가의 잘 정비된 제도와 법치·인권존중 전통 등 장점들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 스스로가 '신(新)식민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아프리카 등지에서 닥치는 대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대국을 비판만 할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 또 강대국의 잘잘못을 객관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자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외국의 경계심을 무마할 필요성도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