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롱아일랜드 베스페이지(Bethpage) 주립(州立)공원 내에 있는 블랙코스(파71·7386야드)는 ‘미국의 세인트 앤드류스’로 불린다.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가 퍼블릭 코스이면서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는 것처럼 베스페이지 블랙코스도 퍼블릭이면서 2002년에 이어 2009년 US오픈 개최지로 선정된 명문 골프장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퍼블릭 코스로는 캘리포니아의 페블비치,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파인 허스트 No.2, 그리고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페블비치와 파인 허스트는 리조트 안에 있기 때문에 리조트 숙박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베스페이지는 예약을 하면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그야말로 진정한 퍼블릭 골프장이다.
베스페이지 공원 안에는 블랙·레드·블루·그린·옐로 등 5개의 골프코스(90개홀)가 있는데, 블랙코스가 최고로 꼽힌다. US오픈을 유치할 정도로 완벽한 그린과 페어웨이 컨디션을 자랑한다. 그린피는 뉴욕주 거주자에게는 주중 41달러, 주말 51달러다. 타지 거주자는 두 배인 82달러와 102달러.
블랙코스에서 골프를 치려면 첫 번째 선착순 전화예약 방법이 있다. 예약 시점에서 일주일 이내 날짜에만 티타임을 예약할 수 있으며, 전화는 저녁 7시 이후에만 받는다. 수천 통화가 한꺼번에 걸려오기 때문에 운이 따르는 사람만 시간을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골프장 앞에 가서 선착순 번호표를 받는 것. 새벽 4시부터 나눠준다. 주차장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어서 도착하는 대로 차를 세워놓고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차 안에는 언제나 한 명 이상이 남아있어야 한다. 번호표를 받을 때는 그날 플레이를 할 4명 전원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들 사이에선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에서 한 번 쳐봐야 정말 골프에 머리를 올리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티 타임 잡기가 워낙 어려운 데다 싱글 수준의 골퍼들도 90을 깨기 힘든 길고 어려운 코스의 매력 때문이다.
지난 2004년 미 공화당은 대선(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에 앞선 전당대회를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면서 베스페이지 블랙코스를 하루 동안 통째로 빌렸다. 비용은 10만달러(약 9300만원). 이 코스에선 샷건(shot gun)방식(각 홀에서 동시에 라운드를 시작)으로 오전·오후 각 144명씩 288명 플레이가 가능하다. 공화당 지도부는 블랙코스에서의 골프 이벤트를 당 간부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전당대회 분위기를 띄우는 수단의 하나로 삼았다.
(미PGA CPP(Certified Professional Program) 티칭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