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경찰청이 ‘흑사회(黑社會)에 대해 알아봅시다’라는 이색 자료를 냈다. ‘흑사회는 중국 본토와 동아시아를 평정한 범죄조직’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는 자료였다. 흑사회는 글자 그대로 ‘검은 사회’라는 뜻이다. 특정 조직이 아니라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깡패’의 통칭이다. 조폭을 중국 본토에선 흑사회로, 홍콩·마카오·대만에선 삼합회(三合會·Triads)로 부르기도 한다.
▶서울 가리봉동·대림동·가산동 일대엔 1999년부터 중국 동포 출신 근로자와 불법체류자들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그 숫자가 5만에 이르러 ‘구로구 연변동(延邊洞)’으로 불린다. 가리봉동엔 이들을 상대로 한 술집, 음식점들이 번창하면서 ‘차이나타운’이 형성됐다. 이 일대에서 돈을 뜯던 조선족 폭력조직 30여명이 그제 검거됐다. 그 이름이 ‘연변 흑사파’다.
▶두목은 중국 흑룡강성과 길림성에서 악명 높다는 ‘흑사회’의 거물 행동대장을 자처했다고 한다. 흑사회가 ‘조폭’을 뜻하는 보통명사라는 걸 생각하면 허풍일 테지만 잔인하기는 여간 아니었다. 이들은 발목과 등 뒤에 칼이나 도끼를 차고 다니며 걸핏하면 사람을 찌르고 후려 팼다고 한다. 중국 동포는 물론 한국인 업주들도 공격하는 바람에 칼에 뚫리지 않는 방검복(防劍服)까지 입고 장사해야 했다.
▶중국 동포 조폭은 가리봉동만 해도 흑룡강파가 흑사파와 경쟁하고 있고 뱀파, 호박파, 상해파 등이 여러 지역에서 활동한다. 더구나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50만명을 넘으면서 소비에트파(러시아) 로만파(우즈베키스탄) 스트리트갱(베트남) 이태원파(나이지리아) 같은 외국인 폭력조직이 50개나 생겨났다. 처음 결성된 외국인 조폭은 파키스탄의 ‘주비파’와 ‘비키파’로 이미 1992년에 세력다툼을 벌이다 실체가 드러났다.
▶미국 FBI는 세계 7대 범죄조직으로 러시아 마피아, 중국·베트남계 아시안 갱, 나이지리아 갱, 이탈리아 마피아, 남미 마약카르텔, 미국 모터사이클 갱, 카리브 돈세탁센터를 꼽는다. 국적으로 치면 이 중 3개파가 우리나라에 진출한 셈이다. 최근엔 태국 차이파와 방글라데시 우슈파가 연합조직을 만드는 식으로 덩치를 부풀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외국인 거주지가 경찰력도 못 미치는 범죄소굴이 될 판이다. 어렵게 사는 동족을 착취할 뿐 아니라 나라의 치안까지 위협하는 외국계 조폭을 방치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