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사는 쿠르드족 소녀 바나즈 마흐모드(Mahmod)는 가족의 강요로 원치 않는 결혼을 했다. 이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도주, 다른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은 지속되지 않았다.

딸의 행동을 ‘불명예’로 여긴 아버지(52)는 자신의 동생 및 부족 사람들과 함께 바나즈를 끔찍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12일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영국 사회는 ‘명예 살인’의 충격에 빠졌다.

열 살 때 이라크 정권의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온 바나즈는 2002년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부모의 결정으로 고지식한 부족 청년과 결혼했다. 이후 신랑이 폭력을 일삼자 3년 뒤 친정으로 달아났고, 우연히 만난 이란계 쿠르드족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치욕으로 여긴 아버지는 딸에게 “헤어지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만남이 계속되자, 아버지는 공범들과 함께 지난 1월 바나즈를 구두 끈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바나즈는 사건 하루 전 가족의 살해 위협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바나즈의 아버지·삼촌 등 3명에게 유죄가 확정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영국에선 드물었던 ‘명예 살인’이 최근 이런 관습을 가진 소수 이민족 사이에서 매년 10여 건씩 발생하고 있지만 관계당국은 이들을 자극할까봐 개입조차 꺼리고 있다고 미 CNN방송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