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성매매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한동안 전성기를 구가했던 서울시 중구 회현동 일대 여관촌이 다시 살아났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며 한동안 침체됐던 회현동 여관촌은 요즘 대낮부터 모여드는 직장인 남성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인기가 좋은 업소는 대낮에도 20~30분씩 기다려야 한다.

이들 여관은 손님 1인당 6만원씩을 받고 20~30대 여성들과 성매매를 알선한다.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 회현동 여관촌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서울시 중구 회현동 일대 여관촌은 시간적, 공간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불법 성매매의 온상이다. 대낮에 성매매를 하기 위해 찾아온 직장인 남성들로 여관촌은 바쁘게 돌아간다.

▶약발 없는 성매매특별법

2004년 9월23일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만 해도 회현동은 '싼값에 즐기자'는 직장인 남성들의 성 해방구였다. 그 당시 회현동에서 시쳇말로 잘 나가던 A여관은 찾는 손님이 너무 많아 별도의 대기실까지 마련했었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이라는 '된서리'를 맞으며 한때 폐업 위기에까지 몰렸다가 은근슬쩍 불법 성매매를 재개했다.

입소문을 타고 다시 손님이 들끓기 시작하자 A여관 업주는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는 B여관을 사들여 넘치는 손님을 두 업소에 나눠 받고 있다.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허모씨(33)는 "B여관은 출입구 골목이 양쪽으로 나뉜데다 대낮에도 인적이 뜸해 남의 시선을 피하기가 좋다. 밤에는 워낙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짬날 때 낮에 다녀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강남의 안마시술소에 비해 3분의 1 가격인데다 서비스도 크게 나무랄 데 없다. 요즘에는 낮손님들도 20~30분씩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낮에도 대기실 가동

회현동 ○○장에서 일하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는 여성 J모씨는 "요즘에는 낮에 손님이 더 많이 온다"며 "아가씨들은 오전 10시쯤 나오는데 점심시간에 맞춰 오는 손님들이 꽤 많다. 하루 평균 10~13명 정도의 손님을 받는데 정오에서 오후 8시까지가 가장 붐비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또 "처음 보는 손님이 나를 지정해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인터넷에서 이름을 봤다고 하더라"며 "1인당 30분의 서비스 시간을 반드시 지키기 때문에 손님들이 '서비스는 안마시술소나 여대생마사지 못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손님 한 사람이 6만원을 내면 업소와 아가씨가 3만원씩 나눈다. 하루 평균 10명의 손님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20일만 근무해도 한달 수입이 600만원이다. 웬만한 대기업 중견간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검색창에 '회현동'을 넣으면…

익명게시판으로 이뤄진 D사이트에는 유흥문화 마니아들끼리 모이는 별도의 커뮤니티가 있다. 이곳에는 '회현동 가보신 분들', '오후 5시에 가본 ○○장 후기', '지금 ○○장 가볼까 하는데 너무 이른가' 등 회현동 여관촌 관련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익명의 업소 이용후기는 변태적인 성행위 내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댓글을 통해 최근에는 '○○동 ◇◇여관이 좋다'는 등의 정보를 주고 받는다. 커뮤니티 뿐만이 아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질문-답변 게시판에도 '회현동 ○○장 에이스'를 알려달라는 게시물이 24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단속 안 하나, 못 하나?

회현동 일대를 관할하는 남대문경찰서 생활질서계의 한 관계자는 "신고를 받거나, 관내 점검 순찰 도중 성매매가 적발되면 단속을 한다. 그러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 수사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단속 내역을 묻자 생활질서계측은 "정확한 날짜를 알기 어렵다. 폭력팀으로 문의하라"고 했고, 폭력팀은 "주무부서인 생활질서계에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업무 공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관할 자치단체인 중구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윤락행위 알선 여부는 행정공무원이 단속할 권한이 없다. 우리는 경찰로부터 단속 결과를 전달받아 행정처분을 내린다"며 "1차 적발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적발시 영업정지 3개월이며, 3차 적발되면 영업장 폐쇄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2007년 들어서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행정처분을 내린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