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법정에 선’축첩의 최고수’부패 관리들. 쉬치야오 장수성 전 건설청장

“정부(政府) 대신 정부(情婦) 위해 일한다(?)”

“친애하는 친구들, 안녕. 중국 공산당 기율위원회(中紀委)가 주최한 ‘전국 공무원 첩(妾)두기 대회(包二�大奬賽)’ 2007년 봄 경기에서 각 분야별로 9명의 수상자가 결정되었어. 못 믿겠으면 인터넷을 찾아봐.”

지난 8월말 둬웨이(多維)란 중문(中文) 웹사이트의 ‘모든 인민들의 논단(大家論壇)’ 코너에서 독자들의 클릭 순위가 높은 한 글의 첫 부분이다. 중국의 한 민간단체가 올린 것으로 알려진 이 글은 부패와 축첩(蓄妾)으로 처벌받은 9명의 중국 공무원에 대해 그럴듯한 상 이름을 붙여 풍자했다. 이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수량상. 장수성(江蘇省) 건설청장 쉬치야오(徐其燿). 그는 모두 146명의 정부(情婦)를 두었음.

2. 소질상. 총칭(重慶) 시당 위원회 선전부장 장쫑하이(張宗海). 그는 일년 내내 5성급 호텔에 17명의 미혼 여대생을 투숙시켜 먹여 살림.

3. 학술상. 하이난성(海南省) 방직국장 리칭샨(李慶善). 그는 95권의 애욕일기에 236건의 기록을 남겼음.

4. 청춘상. 스촨성(四川省) 러산(樂山)시장 리위슈(李玉書). 20명의 그의 애인은 모두 16~18세의 청소년들임.

5. 관리상. 안후이성(安徽省) 쉬안청시(宣城市) 당서기 양펑(楊楓). 그는 MBA의 지식을 활용해 77명의 애인을 관리하였음.

6. 돈펑펑쓰기상(揮金奬), 선쩐(深�)시 사징(沙井)은행 은행장 덩바오쥐(鄧寶駒). 5명의 젊은 애인들과 놀면서 800일 동안 1840만 위안(元·한화 약 22억9000만원)을 씀. 매일 23만 위안(2800만원)꼴.

7. 단결상. 푸젠성(福建省) 저우닝(周寧)현 당서기 린롱페이(林龍飛). 22명의 애인을 모두 모아 미인대회를 열고, 1등에게 30만 위안(한화 약3700만원)을 줌.

8. 조화(和諧)상. 하이난성 린까오(臨高)시 도시관리대대장 덩샨홍(鄧善紅). 6명의 애인과 사이에 6명의 아이를 두었으나, 본부인은 이런 사실을 전혀 믿지 않음.

9. 정력상. 후난성(湖南省) 통신국장 쩡궈화(曾國華). 5명의 애인 앞에서 60세까지 매주 3회 이상의 성관계를 각 여성과 가질 것을 맹세함.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놀랍게도 지난 8월25일 중국 공산당 산하 기관지인 광명일보(光明日報)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거론된 부패관리의 이름과 거의 같다. 또 인터넷에 이들의 이름을 넣고 검색하면, 부패혐의에 관한 기사가 산더미처럼 쏟아진다.

중국에서 ‘부패 관리 뒤에 첩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그만큼 사회에 만연된 현상이다. 초고속 압축성장의 그림자인 셈이다. 중국 정법대학 우창전(巫昌禎) 교수는 “부패 공무원의 95%가 내연의 관계를 숨기고 있고, 부패 간부의 60%는 첩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1999년 광저우(廣州) 주하이(珠海) 선전(深�)에서 부패 혐의로 조사 받은 공무원 102명 전원이 애인을 두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 덩바오쥐 전 선쩐시 사징은행 은행장.

중국 공산당은 부패·축첩 공무원을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상무 부위원장이었던 청커지에(成克杰)는 정부 리핑(李平)과 4000만 위안(약50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이 드러나 사형에 처해졌다. 그는 부총리급으로 역대 부패관리 중 최고위급이었지만, 공산당은 지위에 관계없이 단호히 처벌했다.

전 장시성(江西省) 부성장 후창칭(胡長淸)은 뇌물 액수가 700만 위안(약8억7000만원)으로 적은 편인데도, 사형에 처해졌다. 그는 사형집행 직전 “아들이 보고싶다”고 울부짖으며 크게 후회한 인물로 초중고등학교 보충교재에까지 실렸다. 후손들에게까지 큰 오명을 남긴 셈이다.

이런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부패 공무원들의 축첩행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간섭할 필요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친구 모임에 애인을 당당히 데려가는 것도 이런 관용적 분위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중국 고위 공무원들의 축첩 과정을 살펴보면, ‘주변에서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독점적인 이권을 챙길 수 있는 사회적 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무려 146명의 정부를 두어 ‘축첩의 최고수’라 할만한 장수성 전 건설청장 쉬치야오(徐其燿)의 행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쉬는 대학 졸업 후 일선 공무원으로서 업무에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나 장수성 얜청(鹽城)시장으로 부임한 뒤부터 ‘바람둥이’ 기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몸이 불편해 시내의 한 병원에 입원한 쉬는 링거주사를 놓는 46세의 기혼 간호사가 마음에 들자, 퇴원 후 자신의 사무실로 그녀를 불러 반강제적으로 정을 통했다. 그 후 간호사가 자신의 딸(19세)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을 듣고, 쉬 시장은 딸을 사무실로 오게 한 뒤,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정부기관에 취직을 시켜주었다. 그 후 그는 간호사의 딸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1997년 쉬 시장은 장수성 건설위 주임으로 자리를 옮긴 후 산하기관의 미모의 여간부(32세)와 정을 통한 뒤, 그녀의 직장을 사무실 주변으로 옮겨주었을 뿐 아니라, 그녀의 남편 직장에 압력을 넣어 남편을 남방 연해도시로 발령 내 버렸다.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음란영상을 즐겨보는 쉬는 얜청 시장 시절 시내의 모든 가라오케를 출입, 그곳의 접대여성들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접대여성들은 “그는 실컷 놀고 돈 안 주기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 그가 의류공장을 방문하자, 회사측은 전속 모델을 불러와 차 시중을 들게 했다. 시찰이 끝날 무렵 쉬는 그 모델에게 관심을 보였고, 시장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회사측은 전속 모델을 호텔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거명되는 다른 부패 관리들의 행태도 쉬치야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 실각하여 사법처리가 임박한 상하이(上海) 전 당서기 천량위(陳良宇)도 마찬가지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해 11월 중국 공무원사회의 축첩현상을 보도하면서 “정부(情婦)를 두는 것은 이제 권력의 상징처럼 되었고, 일부 기업인은 공직자에게 여성을 뇌물로 제공하는 지경”이라고 보도했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가 취약한 중국에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억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래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부패 공무원들은 정부(政府)가 아니라 정부(情婦)를 위해서 일한다”는 비판까지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