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여, 내 모든 친구들이여,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는 떠나야 합니다.”
2002년 세계 헤비메탈계의 가장 묵중한 이름 중 하나였던 밴드 메가데스(Megadeth)의 공식 홈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떴다. 밴드의 리더 데이브 머스테인(Mustaine)이 올린 글.
그는 “왼팔과 왼손의 신경에 장애가 오는 ‘신경 수축증’ 때문에 기타를 연주할 수 없다. 강도 높은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밴드 해체를 선언했다. 그에게나 팬들에게나 절망은 크고 깊었다. 하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은 그의 육체를 되살렸다.
머스테인은 재활치료 끝에 다시 기타를 잡았고, 메가데스는 지난 5월 본격적으로 밴드를 재정비하고 발표한 앨범 ‘유나이티드 어보미네이션스(United Abominations)’를 통해 다시 커다란 날개를 폈다. 그런 그들이 한국을 찾는다. 10월 28일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
전화를 통해 만난 데이브 머스테인에게 음악과의 인연을 끊을 뻔했던 위기의 순간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선택의 여지 없이 기타를 손에서 놓아야 했다. 절망적이고, 슬펐으며, 분노에 빠져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어요. 감각이 마비될 때도 있었죠. 17개월에 걸쳐 재활 치료를 받았는데, 음악과 관련된 일은 학생을 가르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죠. 처음에는 정말 무서웠는데 조금씩 빛이 보이더군요.”
뒤이어 그는 갑자기 태권도 얘기를 꺼냈다. “정신수양을 위해 일찌감치 태권도를 익혀 검은 띠 유단자”라는 그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태권도 연습을 하면서 마음을 단련했고 희망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태권도는 삶에 대한 제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하죠.”
98년, 2000년, 2001년 세 차례 내한공연을 갖고 한국 팬들과 교감했던 메가데스. 머스테인은 “첫 내한을 앞두고는 북한과 접해 있는 분단 국가라는 점 때문에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온화한 기후와 따뜻하면서 적극적인 관객들 모습 때문에 이 나라를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새 앨범 ‘유나이티드 어보미네이션스’는 “전성기 메가데스 사운드의 재현”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헤비메탈 본연의 힘과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보통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록만큼 진지하게 삶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서는 음악이 있느냐?”며 “솔직한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공연을 하고 앨범을 낼 것”이라고 했다.
머스테인은 현존하는 세계 헤비메탈 밴드의 최고봉인 ‘메탈리카’의 초창기 멤버였다. 그는 다른 멤버들과의 불화 끝에 메탈리카를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인터뷰 말미, “요즘 메탈리카 멤버들과는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화해한 지 오래 됐어요. 그간의 사소한 오해는 모두 잊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