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선수들에게도 부상이 있나요?"

양궁 대표선수라면 일반 팬들에게 한번쯤 받는 질문이다. 축구, 야구, 농구 같은 종목과 달리 선 채로 활 시위만 당기면 되는데 다칠 위험이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양궁 대표팀을 살짝만 들여다 봐도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2006년 남자 양궁 월드컵 파이널 초대 챔피언에 오른 박경모(인천계양구청)는 지난 동계훈련 도중 오른손 중지 피로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받아가며 올시즌 초반 대회 출전을 강행했지만 좋았던 성적은 한순간 곤두박질쳤다.

요즘 중국 시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15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중인 박경모의 중지 부상은 양궁인의 직업병 중 하나다. 박경모의 아픈 중지는 연골이 닳아서 삐뚤어져 있는 상태. 지금도 완치되지 않아 훈련량을 조절하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여자 대표팀의 이성진(전북도청)도 조금씩 아팠던 어깨 근육이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 악화돼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재연 대한양궁협회 물리치료사는 "양궁 선수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곳이 어깨"라고 말했다. 시위를 당기는 손가락도 항상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선수들의 부상 정도는 대체적으로 쏜 화살의 수에 비례한다고 보면 맞다. 요즘 선수들은 하루 평균 350개의 화살을 쏜다고 한다. 구자청 한국 여자 대표팀 코치(현대모비스)는 "훈련량이 많았던 1980년대 후반엔 하루에 1000발까지 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양궁 선수들의 몸은 좌우 불균형이 심하다. 좌우 팔의 길이가 다르고, 좌우 어깨의 근력도 다르다. 손가락 두께도 시위를 당기는 쪽이 훨씬 굵다.

문형철 여자 대표팀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한 지 오래된 나도 벗어 보면 몸의 좌우가 비대칭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균형을 잡아주는 훈련을 해도 좀처럼 바로 잡히지 않는단다.

양궁 선수들은 큰 부상으로 활을 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잔 부상이 누적돼 성적이 나지 않을 경우, 은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 scblog.chosun.com/no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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