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톱스타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뽑혔다. 유명 남성잡지 에스콰이어 11월호는 ‘현존하는 여성 중 가장 섹시한 여성’이란 투표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영화배우 테론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스포츠조선 10월12일자 보도

안젤리나 졸리, 스칼렛 요한슨 등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스타들을 제치고 샤를리즈 테론(32)이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꼽혔다. 서른 살이 넘은 그녀가 어떻게 10대나 20대의 젊은 스타들을 뛰어넘어 최고의 매력을 내뿜는 것일까?

그녀의 매력은 20대가 지닐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인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라는 그녀의 백그라운드는 그녀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 기존의 미국의 섹시한 여배우들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른 무언가가 그녀에게는 있다. 그래서 이처럼 그녀가 섹시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그녀가 섹시한 이유에 대한 시각은 늘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히 외모로만 보면 그녀는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는 아니다. 오히려 지적이고 도회적인 섹시함이 더 느껴진다고 보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나 인터뷰 화보에서 지적인 섹시함을 대표하는 다른 미국 여배우들처럼 그녀는 고전적으로 행동하거나 자신의 몸매를 자신없게 감추지 않는다.

에스콰이어지가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발표한 샤를리즈 테론.

샤를리즈 테론은 하이 웨이스트(high waist·허리선이 기존보다 위로 올라간 것)의 스커트에 볼륨감이 풍성한 40년대 여비서 같은 클래식한 ‘레이디 라이크 룩(ladylike look· 우아하고 품위 있는 여성처럼 보이도록 하는 옷차림)’의 모습이 잘 어울리는 여배우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진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업데이트 되어 보이는 까닭은 그녀가 마치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처럼 당당하게, 심지어는 당치도 않게 뇌쇄적인 과장된 포즈로 카메라 앞에 서는 데 있다. 이러한 솔직한 표현력은 그녀로 하여금 새로운 개념의 섹시함을 발산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녀의 몸매는 엄청난 볼륨감과는 거리가 있다. 스스로도 작은 가슴 때문에 액션 영화 캐스팅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가슴 확대 성형 수술을 받지 않는 그녀에게는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있다. 그런 그녀의 태도야말로 바로 그녀가 섹시한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004년 영화 ‘몬스터’ 가 개봉되었을 때, 모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영화 속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아닌 미국 최초의 여성 레즈비언 연쇄 살인범 ‘에일린 워노스’ 만이 살아있었다. 13㎏이나 체중을 늘렸고, 촬영 때마다 틀니를 끼는 것을 비롯해 추녀가 되기 위한 몇 시간의 분장을 받아가며 변신했다. 한 프로그램에서 선정한 ‘제대로 망가진 미녀 1위’로 뽑힐 만큼 그녀는 완벽하게 변신했다.

여배우는 몸매나 얼굴, 옷차림 등 외모에서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하는 직업적인 사명감을 지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보란 듯이 그 사명감을 몸소 저버리고 자신을 망가뜨렸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평소보다 훨씬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허구와 현실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판타지를 구축한 것이다.

미국 출신이 아니라는 한계를 그녀는 프로페셔널리즘으로 극복해냈다. 그녀가 직업적으로 프로답다는 점은 분명 그녀가 섹시하다는 또 하나의 큰 이유일 것이다.

영화‘몬스터’에서 열연하는 테론.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테론의 인생은 사실 불우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그녀의 어머니는 정당방위로 테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꿈은 불의의 사고로 좌절되고 말았다.

한동안의 방황 후 그녀는 어머니의 오랜 소원이었던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리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 순간 자신의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펑펑 울던 그녀의 모습은 다시 한번 남자들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흠잡을 데 없이 독립적이고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여인의 눈물. 남자라면 한 번쯤 내가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보호본능이 절로 일어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남자가 기대고 싶은 어머니 같은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보듬고 보호해주고 싶은 본능을 자극하는 ‘완벽한 여성’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녀가 섹시한 또 하나의 이유다.

테론은 정치적인 여성이다. 자신은 정치적 예지력을 지닌 사람이라며 정계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나타냈다. 테론은 5년간 연애한 동료 배우 스튜어트 타운센트와 결혼 발표를 하면서 “그가 내 남편이고 내가 그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라고 혼인신고를 거부했다. 기존의 관습에 당당히 맞서는 정치적 행동이었다.

이처럼 영화에서 뿜어지는 여배우의 모습, 언론에 비추어서 만들어진 정제된 그녀의 모습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는 삶에 대한 그녀만의 주관적이고 자유로운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그녀를 더욱 매력적이고 새로운 여성상으로 만들어 놓는다.

노출과 자극적인 것만으로 섹스 어필하려는 많은 여배우들에 식상함을 느낀 대중들은 ‘샤를리즈 테론’을 통해 차별화된 새로운 섹시함을 찾는다. ‘샤를리즈 테론’표 섹시함이란 가슴이 크든 작든 간에, 늘씬하건 뚱뚱하건 간에 신이 우리에게 준 외모와 몸매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자신감,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 또 자기 일에 대한 열정 등이 조화를 이룰 때 더욱 그 빛을 발한다는 일종의 DIY(Do It Yourself·스스로 만든다는 뜻)섹시, 즉 나만의 섹시함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정의이다.

일차원적인 섹시미는 천박함과 통한다. 육감적인 몸매로는 최고를 자랑하는 파멜라 앤더슨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섹시함과 천박함 사이의 줄타기는 빙판을 걷는 것과 같이 아슬아슬하다. 그 미묘한 차이를 잘 조절할 수 있는 여성만이 고차원적으로 섹시한 여성이 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샤를리즈 테론은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에게서는 서로 다른 종류의 상충된 섹시함이 교차한다. 마릴린 먼로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백치미와 ‘페이 더너웨이’의 강하면서도 지적인 팜므 파탈의 이미지. 그래서 그녀의 섹시함을 논할 때는 늘 의견이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