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22일,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에 대해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 우리 모두 함께 ‘먼저 인간이 되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극동포럼 초청특강에 참석, “자신의 무능과 잘못으로 두 번씩이나 집권의 기회를 잃게 만든 장본인이 이제는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과 후보에게 비수를 들이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도, 대통령도 모두가 인간이 되고 난 뒤의 일”이라며 “정치란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요, 바른 명분이 생명인데, 수신(修身)도 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치인치국(治人治國)을 할 수 있느냐. 이 같은 정치적 배신과 반칙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검찰의 ‘BBK 사건’ 수사에 대해서도 “이 정권이 범죄자를 데려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를 겨냥해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는 불리한 대선 판도를 뒤집어 보려는 전형적 정치공작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 재임 중 김대중씨의 13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부정축재 자금 문제가 터져 나왔다. 검찰이 수사하게 되면 김씨 구속이 불가피할 것이고 대선을 치를 수 없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 판단, 검찰총장을 불러 직접 수사 유보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반박 논평을 내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언급한) 당시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문제는 여당이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조작한 거다. 선거 이후 검찰이 수사했으나 사실무근이었다”고 했다. 최 비서관은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비자금이 1300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강삼재 총장이 허위 폭로한 액수는 670억원이었다”고도 했다.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강연 행사에는 김종필 전 총리,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