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검사장)는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수십여 개의 계좌를 발견해 확인작업에 나섰다.

특수본부는 29일 전국 87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김 변호사가 삼성에 입사한 1997년 8월 이후 김 변호사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가 있는지 자료를 요청했고, 이 중 일부 기관으로부터 이 같은 계좌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수남 차장검사는 “이들 계좌가 삼성 비자금 차명계좌인지 여부는 입·출금 내역 등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일째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에 나온 김 변호사도 취재진에 “차명계좌가 수십 개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이 안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고발장에 드러난 기존 4개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해당 금융기관에 입·출금 내역을 요청한 상태다.

특수본부는 이날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를 대신해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삼성측 인사 등 3~4명을 추가로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미갤러리측이 28일 밤 서울 가회동의 갤러리로 7점의 작품을 옮기는 모습이 한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김 변호사가 제출한 목록에 있던 작품 중 내가 소장하고 있던 스기모토 작품 6점과 크리스토퍼 울 작품 1점 등 7점을 이날 낮 언론에 공개하기 위해 청담동 서미앤투스 갤러리로 옮겼다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해 다시 서미갤러리에 옮겨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