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검사장)가 삼성증권과 삼성SDS에 대해 30일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2가 삼성증권 본사 건물에 수사진 40여 명을 투입, 7시간에 걸쳐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압수했다. 검찰은 전략기획실 등의 실무부서와 사장실을 포함한 10여 명의 임원실에서 주식매매 문서, 전산입력 기록, 최근 7년간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문서 등 대형 박스 8개 분량의 자료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오후에는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삼성SDS의 e-데이터센터와 서울 수서동의 삼성증권 전산센터에도 20여 명의 수사인력을 보내 전산자료 등을 압수했다.

특별수사본부 김수남 차장검사는 “삼성측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삼성증권에 있는 비자금 관련 자료가 삭제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내용이 같은 백업 자료가 보관된 삼성SDS의 e-데이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e-데이터센터의 자료를 가져오려면 해당 서버를 찾아 복사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대 이틀 정도 소요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백업 자료까지 같은 날 압수수색에 들어감에 따라 삼성측이 비자금 관련 자료를 없애기 시작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 본관이나 다른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검찰은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고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2001년부터 3년간 삼성증권 사장을 맡았던 황영기(55)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29일 오전 미국으로 돌연 출국해 수사 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황 고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행사 참석차 왔으며 오는 3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