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이단의 테러리스트, 안드레 세라노

종교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아마도 안드레 세라노(Andres Serano, 1950~)일 것이다. 그의 작품이 전시되는 곳은 언제나 시끄럽다. 세라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 볼 때 악마와 같은 존재다. 신성한 종교를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적나라한 성의 묘사로 신성모독이라며 공격받거나 음란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감추고 싶은 사회의 터부를 드러낸다. 신성한 종교와 엄숙한 죽음, 순결한 성까지도 그의 카메라 렌즈 앞에서는 한갓 눈요깃거리로 비춰진다. 그래서 안드레 세라노에게는 '이단의 예술가' 또는 '문화 테러리스트'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심지어 종교인들은 그를 '악마' 또는 '인간의 탈을 쓴 사탄' '예수를 능멸하고 기독교를 배척하는 이단자'라고 부른다.

◆예수를 오줌에 넣다니! 오줌 예수(Piss Christ)

1980년대 말 현대미술의 메카라고 하는 미국에서 미술의 검열 바람을 본격적으로 불러온 장본인이 바로 세라노의 '오줌 예수'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소변을 담은 용기에 그리스도 십자가상을 담아 찍은 사진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진은 미국의 국립미술진흥기금(NEA)으로 제작됐는데 이 때문에 정치권과 미술계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미국 미술계에서는 예술 표현의 검열 문제가 대두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작품을 '쓰레기' '신성모독'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 타임즈에서는 "안드레 세라노의 이 작품은 미국 미술과 문화를 노골적으로 반 기독교적이고 반 미국적이며 허무주의적으로 만든다"고 비난했다. 결국 미국 의회는 국립미술진흥기금의 삭감안을 통과시켰고 이 기금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이거나, 외설적이며 사회적인 이슈를 표현한 미술은 후원하지 않는다는 수정안까지 발표했다.

세라노가 이 작품을 제작할 때 이런 파장을 미리 예상했었을까? 그는 이 작품의 제작과정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드레 세라노‘오줌 예수’사진작품,1987, Walter Otero Gallery 소장.

"오줌이 단지 그럴듯한 노란색, 금색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을 뿐이다. 또한 오줌은 인간의 배설물로 폐기물에 불과하지만 신체 기능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다"라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라노에게 십자가와 오줌은 단지 사진의 소재였을 뿐 다른 예쁜 꽃이나 멋진 풍경을 찍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한 평론가는 이 작품이 이렇게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된 이면에는 그가 만든 이미지가 아니라 작품에 붙인 제목에 있다고 했다. 만일 세라노가 '오줌 예수'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아무도 그 액체가 오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테니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외설과 예술의 차이

종교적인 소재는 시작부터 끝까지 신성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이단'의 논란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술과 외설의 차이, 신성모독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그 갈등이 커지면 법의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어느 나라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종교적인 문제는 그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미묘함이 있다. 앞서 살펴 본 세라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 아이콘에 대한 전복을 노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종교적인 표현이 미묘한 차이로 인해 때로는 사회적, 문화적 정황과 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

여기서 우리는 '예술표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모든 작품을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또한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상상력이 특정 종교의 관점에서 재단돼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문제가 생긴다. 예술이란 작가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던 간에 일단 세상에 발표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작가의 의도대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를 참고할 수는 있어도 그 나머지는 관객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의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를 하게 마련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안정적인 생각과 그들이 보기에 불온한 생각을 가진 소수 예술가들의 작품은 종교단체나 국가의 종교적·정치적 검열의 가위질 받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불쾌하더라도 예술작품에 있어 '표현의 자유'는 무한정 보장돼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일단은 불온한 그들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