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와 보험회사 카드회사, 은행 등이 '15XX-'의 주고객

현재 운영되는 15XX 혹은 16XX로 시작되는 ARS 전화번호는 모두 8가지.

이 중 1588-, 1577-의 KT가 1만2000여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1544-, 1644-의 데이콤 역시 1만2000여 회원을 두고 있다. 이어 1566-, 1600-의 하나로텔레콤 7000여업체, 1688-의 온세텔레콤 3000여업체, 1599-의 SK텔링크는 1천여업체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 5개 통신사를 합칠 경우 15XX, 16XX 번호 가입자수는 3만7000여업체에 달할 정도로 ARS 시스템을 채용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들어 중소기업체로까지 이들 번호의 가입이 이뤄지면서 해마다 10%씩 늘어나고 있다는 게 통신업계의 분석이다. 주 고객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있고 이용객이 많은 증권회사나 카드사, 보험회사, 은행, 가전제품 서비스센터 등이다.

▶"본사 전화번호는 등록된 게 없어요"

회사원 김모씨(38)는 휴일이었던 지난주 토요일 오전 I사의 차량비치용 TV 서비스점을 찾아나섰다가 헛걸음을 해야 했다. 본사를 통해 일산신도시내의 서비스점 위치를 파악한 김씨는 막상 현장도착 후 정확한 사무실 위치를 찾지못해 이를 확인차 114 전화로 I사의 대표 전화번호를 문의했다. 그런데 15XX-XXXX의 ARS 번호밖에 없었고 이 콜센터에서 돌아온 답변은 '토요일에는 서비스를 하지않는다'는 멘트뿐이었다.

김씨는 "토요일에는 오후 1시까지 서비스점이 영업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ARS 전화는 토요일이라고 서비스를 하지않고 본사나 서비스점의 전화번호도 114에는 등록돼 있지않아 결국 서비스점의 소재지를 찾지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I사처럼 K카드나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15XX류의 ARS 시스템을 갖춘 업체 중 상당수가 본사전화 번호는 114에 등록해 놓지 않았다.

▶'15XX-'는 돈 먹는 하마

'새해에는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K은행 카드 콜센터입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관련은 9번, 도난분실신고는 0번, 개인회원은 1번….'

1588-XXXX의 K카드 콜센터로 전화를 하면 나오는 안내멘트이다. 만약 K카드를 분실한 고객이 신고를 하려면 콜센터 번호를 누른 뒤 5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상담원과 통화하는데만도 2분여가 소화된다.

문제는 1588류의 콜센터 전화는 대부분 유료라는 점.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콜센터 이용시 자신이 필요하지 않은 안내 항목까지 이것저것을 듣느라 매번 적잖은 전화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ARS 안내 내용도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구별하기도 쉽지않다.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않고 자연히 이용요금도 증가하게 된다.

▶업체 스스로의 개선노력 절실

요즘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비자가 왕'이라며 서비스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에게 '왕짜증'을 일으키는 '15XX-'류의 전화들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황선옥 이사는 "15XX로 시작되는 자동응답 전화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에게 큰 불편과 금전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소비자 단체들이 앞장서 ARS 전화를 채용한 업체들에게 개선책을 요구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해당 번호로 돌렸을 경우 가능하면 안내원이 직접 전화를 받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