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북부 및 강원 지방을 연결하는 시외버스 터미널인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이 약 23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대법원은 최근 상봉터미널 운영회사인 ㈜신아주가 서울시를 상대로 운영난 등을 이유로 여객자동차터미널 사업면허를 반납하겠다고 낸 소송에서, "터미널을 계속 적자로 운영하면 회사측이 감수할 경제적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서울시는 사업면허 폐지 신청을 허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8개 버스노선 동서울터미널로 이전

1985년 9월 문을 연 상봉터미널은 2만9204㎡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시외버스·고속버스가 하루 1000회 이상 운행하고, 하루 이용객도 2만명을 넘겼다. 그러나 1990년 2월 강릉·속초 노선이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로 이전하면서 이용객이 크게 줄면서 하루 평균 이용객이 1995년 9252명, 2000년 3498명, 2005년 1600명, 지난해 1264명으로 급감했다.

㈜신아주는 누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13차례에 걸쳐 서울시에 터미널 사업 폐지 신청을 했지만, 서울시는 "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계속 반려했다. ㈜신아주는 2004년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2006년 12월 "서울시는 사업면허 폐지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와 ㈜신아주는 곧바로 항소했으나 이후 각각 기각됐으며, 서울시가 상고한 데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27일 이를 기각했다.

현재 상봉터미널은 청주·대전·광주·전주 등지를 운행하는 고속버스와 강릉·원주·춘천·속초·철원 등을 오가는 시외버스 등 28개 노선에 하루 91대가 153회 운행하고 있다.

서울시 김상범 도시교통본부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터미널 사업면허 폐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오는 4월쯤 상봉터미널은 문을 닫게 된다"며 "상봉터미널에서 운행하던 고속버스·시외버스 28개 노선은 모두 동서울터미널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03년 중랑구 망우동 333번지 일대 3만8000㎡를 대체부지로 확정하고, 터미널을 이전하거나 다른 교통관련 시설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고층 복합건물로 개발해야"

㈜신아주와 관할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는 서울시에 현재 '터미널'로 되어 있는 상봉터미널의 도시계획시설을 해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 부지를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복합용도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랑구는 상봉터미널 부지가 상봉재정비촉진지구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의 랜드마크로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기오 도시환경국장은 "터미널 이용객이 급속하게 감소하면서 음식점·숙박 업소 등 주변 상권도 쇠락의 길에 접어 들었다"며 "터미널을 하루 빨리 이전해 상업·업무·문화시설이 담긴 복합건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봉재정비촉진사업은 상봉1·2동, 망우 2동 일대를 상업·업무·유통 등의 기능을 수행할 서울 동북권의 중심 거점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강원산업 연탄공장 부지에 43~47층 초고층 복합건물 3개 동을 건설하는 것을 비롯해 망우역 복합역사 건립, 상봉동 동서울공업사 부지에 대형 쇼핑몰과 업무 시설을 갖춘 41층 건물 건립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터미널'로 되어 있는 상봉터미널의 도시계획시설 일부를 해제해 고층 개발을 허용하는 한편, 일부 부지는 차고지 같은 교통관련 시설을 들이는 등 공익적 차원을 고려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