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28일 국회에서 열린 이명박 새 정부 장관 후보자 12명의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과다 보유, 자녀 국적 문제,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장관 후보자들의 해명이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상당한 거리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이들의 말을 가리켜 '황당 어록(語錄)'이라고 부를 정도다.
◆입주 한달 만에 이사한 이유에 대해 "여의도는 살만한 곳이 못돼…"
부동산 과다 보유나 고가 아파트 소유에 대한 해명은 다양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여의도는 살만한 곳이 못되고, 자연친화적이지 않다. 살만한 곳이 아니어서 (서울)송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 받았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여의도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입주한 지 한달 만에 송파 쪽에 또 분양을 받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경기도 이천, 서울 송파구, 관악구 등에 집을 각각 한 채씩 갖고 있는 경위를 묻자, "여름에는 이천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송파구 아파트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서울 강남에 64평형대 오피스텔 분양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의원들이 이 오피스텔 평당 가격이 2900만원이고, 분양광고에는 '비눗갑이 35만원, 샤워실이 1000만원'이라고 돼있다고 하자, 이 장관은 "분양광고 문안에 나온 것으로, 아직 완공됐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말씀을 듣고서야, 그 정도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계속 묻자, "제가 부동산 투자에 조예가 깊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대소득 축소 의혹 등에 대한 질의에는 "세무에 밝지는 않지만, 선량한 시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큰 아들의 연봉이 3000만원인데, 현재 재산이 4억 원이 넘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큰 놈이 글도 쓰고, 이것 저것 다른 일도 해 부수입이 상당히 많다"고 답했다.
◆국적 포기 이유에 "허탈"
김성이 후보자는 딸의 국적 포기 이유를 "청소년 복지 전공자로서의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답해, 청문회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아이가 중3 때 연합고사에서 수석을 했다. 이를 유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청소년 복지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워,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 갈 것인지, 미국에 가서 공부할지 선택하게 했는데, 딸이 미국에 가서 생활하겠다고 해 국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유학 보내면 되지, 국적까지 포기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또 논문 표절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복지에 대한 열정으로 봐달라"고도 했다.
이윤호 장관은 '골프회원권이 2개나 있다'는 지적에 "사실은 싸구려 회원권"이라고 했다. 현재 시가는 2억여 원과 1억여 원이나 됐는데, 이 장관은 "구입 당시 4000만원을 주고 산 것이라 싸구려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57억여 원에 이르는 자신의 재산을 가리켜 "저도 이번에 (재산) 액수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면서 "공직을 맡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예상했다면 신변을 깨끗하게 했을 것이다. 특히 부동산과 회원권 문제는 좀 다르게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영희 장관은 노동부 고용정책 심의위원을 하면서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자, "고용 그 자체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실력이 없었다. 경제학자와 같은 수준에서 그런 얘기를 할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 문제를 주관해야 하는 노동부 장관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