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 뉴 파트너'(감독 김종현)에서 구수한 사투리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해낸 장영철 역의 조진웅(32).

안성기 조한선 등과 함께 수사 현장을 누비는 역할이니 어엿한 '조연'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불과 3년여 전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이름 하나 없는 단역배우에 불과했다.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조진웅은 그 지역에서는 연극배우로 이름 깨나 떨친 '스타'였다. 한데 '큰 무대에 서고 싶어' 입성했던 서울 대학로의 문은 좁디 좁았다. "아무리 부산에서 연극을 많이 했어도 대학로의 장벽은 높기만 하더라구요."

그런 그에게 영화는 기회의 땅으로 다가왔다. 어디서 연기를 했든지 간에 오디션만 통과하면 출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출연한 작품이 바로 '말죽거리 잔혹사'(2004년). 당시 그가 맡은 역할은 '야생마파 패거리2'로, 총 14회차에 출연한 그가 손에 쥔 출연료는 45만원이었다. 동갑내기지만 주인공이었던 권상우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다음 날 촬영까지 마땅히 기다릴 곳도, 잘 곳도 없어 근처 역 대합실 등에서 그 큰 덩치를 웅크리고 밤을 지샜다. 그래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힘든 지는 몰랐다. 오히려 연기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연극쟁이'였던 그에게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나마 두번째 작품인 '우리 형' 때는 신분이 급상승했다. '두식'이라는 배역 이름도 생겼고, 자신만의 분첩과 의상걸이도 생겼다. 출연료도 '무려' 200만원이나 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무대에 서 달라"는 SOS에 1년 간의 부산 생활을 하고 올라온 그에게 주어진 역은 다시 단역이었다. 세자릿수로 올랐던 출연료도 두자릿수로 내려갔다. 지금은 다이어트에 성공했지만, 100㎏이 넘는 거구였던 그에게 주어진 역은 거의 깡패, 건달, 형사 등이었다. 그나마 '병풍' 취급당하기 일쑤였고 생활은 여전히 고달팠다.

절대 영화 출연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서울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에 집 걱정은 덜었지만, 생활비까지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연히 아르바이트는 필수. 연극배우 시절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영화배우가 돼서도 계속됐다. "촬영 일정이 들쑥달쑥하기 때문에 절대 고정직은 하지 않고 일용직을 했죠. 공사판이나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막노동 같은 거죠. 간혹 패스트푸드 체인점 마스코트 노릇이나 이벤트 진행 같은 것도 했구요."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이면 연극 쫑파티를 찾아다녔다. "연극하는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죠. 그냥 무작정 가서 어울려 마시는 거죠. 그럼 그날 먹고 마실 걱정은 끝인 거죠."

'고생 끝에 낙이 있다'고 했던가. 영화계는 최악의 해를 맞이했지만, 그의 스케줄표는 빡빡하다. 현재 '기억, 상실의 시대'(감독 정정화)를 촬영 중인 조진웅은 다음 달 3일 'GP506'(감독 공수창)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유 하 감독의 신작 '쌍화점'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출연료도 지금은 '0'이 하나 더 붙는다. '무명 탈출 만세'다.

< 사진=송정헌 기자 scblog.chosun.com/heon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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