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도덕에도, 그리고 고등학교 윤리에도 나온다. 맹자 가라사대, '인간은 착한 존재'라고. 혹자는 맹자의 이런 주장이 맞네, 틀리네 하며 그 진위를 가리고자 무던히 애를 쓰기도 한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인간의 본성에 관한 맹자의 생각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정말로 가능한 일일까? 아니 그런 행위가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어떤 엄마가 자기의 아이를 죽여 놓고는 실종신고를 했다가 붙잡혔단다. 아무리 계모였다고는 하나 참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친딸을 성추행한 40대 아저씨도 있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접해봤을 엽기적인 사건들이다. 물론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는 요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공중전화박스에서 두 통화를 연달아 했다는 이유로 앞사람을 흉기로 죽인 일도 있었고, 점당 50원짜리 고스톱 판에서 3점 150원을 안 줬다고 칼부림을 한 사건도 있었다.
위 사건들을 하나하나 열거해 가며 왜 그랬는지,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떠들 요량은 아니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우리들 자신이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쁜 놈'이나 '미친 놈'쯤이 가장 일반적인 대답이리라. 하지만 이 두 평가 중 어느 것이 더 온당한 평가로 보이는가? 후자, 즉 '미친 놈'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어딘가 잘못됐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그와 같은 행동을 저질렀다면, 그들은 나쁜 사람일 수 없다. 나쁜 사람이 아닌 한 우리는 어떤 형벌도 그들에게 내릴 수 없게 된다. 법적으로도 미성년자나 정신병자, 즉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되는 존재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내리려면 우리는 그들을 '미친 놈'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러한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 많은 이들은 그들을 여전히 '미친 놈'이라고 부르고 싶어한다. 왜일까? '인간성에 대한 신뢰', 이것 말고는 달리 이와 같은 독백을 설명할 길이 없다. 인간으로서의 '내'가 그런 엽기적 행동을 한 누군가와 같은 존재일 수는 없기에, 우리는 그들을 인간이 아닌 다른 것, 혹은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몰아세우게 되는 것이 아닐까? 바꿔 말해서 그를 '미친 놈'으로 이해해야 인간으로서의 '나'는 '미친 놈'이 아닌 '착한 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대부분은 이처럼 인간이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 더군다나 가족을 상대로, 살해나 성추행과 같은 끔찍하고도 추악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맹자의 성선설도 결국은 이러한 인간다움에 대한 자신의 신뢰를 체계화해 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가설의 생명은 현상들에 대한 설명력에 달려 있다.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가설은 존재의 이유를 상실했으므로 폐기돼야만 한다. 따라서 인간 본성에 대한 그의 가설, 즉 성선설 역시 당대를 살던 사람들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본다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그의 주장과 정치적, 군사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던 전국시대의 사회상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마치 위의 계모나 친부의 행태를 막연한 인간에 대한 긍정적 이해를 바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그들을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폄하하려는 우리의 마음처럼 이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아니 믿고 있는 인간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행동을 일삼는 살인자들을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맹자의 마음 역시 매우 답답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자의 성선설은 이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얼토당토 않은 잡설로 취급당하며 죽어버리지 않고, 유구한 역사 속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에게까지 전달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제 그의 가설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을 '착한 분'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도 어떻게 그와 같은 살인자들을 설명할 수 있었는지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위의 계모나 친부가 저지른 행동을 '미친 짓'이 아닌, 다만 '나쁜 짓'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그들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는 도덕적 비난을 정당하게 퍼부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