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안타깝다. 오일게이트의 진짜 피해자는 나다.”

2005년 이른바 '오일게이트' 사건에 휘말렸던 전대월(46)씨가 사건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현재 KCO에너지 회장인 전씨는 최근 서울에서 2차례에 걸쳐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당시 사건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전씨는 오일게이트 사건 당시 정·관계에 불법 로비를 한 의혹을 샀고,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6개월간 구속되었다. 하지만 작년 11월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 2심을 포함해 세 차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업가로서는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2004년 전씨와 철도청(현 코레일)이 인수를 추진했던 러시아의 사할린 6광구(당시 페트로사흐 소유)는 당시 ‘사기극’의 대상으로 몰렸지만, 지금은 100조원대의 원유 매장량을 인정받으면서 사할린 최대 유전 중 하나가 됐다.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현재 전씨는 오일게이트 사건 이후 재기한 상태다. 작년 5월 인수한 코스피 상장사 KCO에너지를 앞세워 다시 세계 에너지시장에 나섰다.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 아프리카 유전개발 등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씨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전개발 다각화와 외자유치가 잘 풀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유전게이트 사건에 연루됐다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억울한 감정은 남아있다. 죄를 지은 게 없고 러시아 유전사업도 정상적인 사업이었다. 작년 11월 대법원까지 세 번의 재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내가 철도청과 인수를 타진한 사할린의 페트로사흐는 지금 매장량 100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회사가 됐다. 사건의 본질은 묻히고 억울하게 피해 입은 꼴이 됐다.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당시 철도청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됐다가 역시 무죄 판결을 받은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전 철도청장)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 같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과 공범으로 몰려 재판을 받았으니 말이다. 억장이 무너졌을 성싶다. 정작 재판을 받았어야 할 사람은 전망 좋은 사업을 엉망으로 만들어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람들이다. 그때 이 사업을 ‘사기’라고 말한 사람도 책임져야 한다. 철도청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후로 알려진 이광재 의원도 검찰 출두 때 ‘유전게이트가 아니라 유전 사기극’이라고 주장했었다.”

KCO 에너지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탐사광구 현장. (왼쪽은 전대월씨)

이광재 의원과는 가까운 사이였나.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만난 것은 5~6번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으로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다. 나도 러시아 유전개발에 뛰어든 시점이었기 때문에 공통분모가 있었다. 내가 찾아가 에너지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했고, 그때 이 의원이 허문석씨를 소개시켜 준 거다. 동향(평창)이기 때문에 17대 총선 때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 의원은 검찰에서 그것조차 부정했다.”

그렇다면 오일게이트의 핵심은 뭔가.

“나는 피해자다. 숱한 의혹이 제기된 이광재 의원 측이야말로 자신이 살기 위해 나와 유전사업을 사기극으로 몰아간 것 아닌가 싶다. 이 의원은 자신과의 연결고리였던 허문석씨가 외국으로 도주하면서 살길을 찾았다. 이 사건의 추진을 막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손해를 입힌 장본인들이다.”

(이광재 의원 측은 이와 관련 “전대월씨는 사기꾼이다. 이제 와서 철도청 유전사건이 사기극으로 몰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요즘 KCO에너지 가지고 사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기름을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문석씨가 외국으로 도피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 부분은 자세히 모른다. 다만 허씨가 당시 유전사업에 깊게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의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허씨는 허풍도 많이 치고 다녔다. 결과적으로 보면 누군가 허씨를 (외국으로) 내보내면서 이 의원과 유전사업의 연결고리가 끊겼다.”

(이광재 의원 측은 “당시 전대월씨가 찾아와 유전 전문가 소개를 부탁했다. 그래서 이 의원이 평소 알던 허문석씨를 만나게 해줬을 뿐이다. 두 사람과 이 의원의 관계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동안 이 부분에 대해선 거의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 사건으로 6개월간 구속됐고 2년이 지난 작년 11월 15일에서야 무죄가 확정됐다. 솔직히 지금도 그 사건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앞서 가급적이면 오일게이트에 대한 진실을 국민이 아셨으면 한다. 아직도 나를 무슨 큰 죄나 지은 사람인 양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나와 KCO에너지는 사업 성과를 가지고 진실이 무엇인지 보여드릴 것이다.”

작년에 KCO에너지를 인수한 이유는 뭔가.

“KCO는 원래 자동차 부품회사인 ㈜명성에서 출발했다. 작년 5월 명성을 인수한 후 회사 이름을 바꾸고 자원개발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 명성은 관리종목이어서 인수비는 저렴했다. 적자투성이 자동차 부품회사였던 명성은 KCO에너지로 이름을 바꾸면서 사할린, 미국, 아프리카, 남미 등 전세계를 상대로 에너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위상이 크게 바뀐 것이다.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KCO는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KCO에너지의 주가는.

“내 지분은 전체의 37%다. 작년에 KCO 주식은 코스피 최고 상승 종목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올들어 조금 주춤하는 기색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주주와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 주가를 받쳐주는 원동력은 유즈노 다긴스키 유전개발, 미국생산 유전 인수작업, 마다가스카르 유전 인수협상 등 신규사업에 대한 평가다.”

미국 남부 멕시코만 유전 인수계약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총 6100만배럴 생산 규모다. 금액으로 치면 1배럴을 100달러로 봤을 때 6조원에 이른다. 이달 중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향후 아프리카에 이어 중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개발에 참여한 유전 중 현재 원유 생산이 가능한 곳은.

“KCO에너지는 러시아에 두 개의 유전을 갖고 있다. 사할린 중동부의 유즈노 다긴스키 유전과 중서부에 있는 라마논스카야 유전이다. 다긴스키는 이미 석유가 생산되고 있는 광구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로스네프치와 송유관 사용계약을 끝냈고, 조만간 석유를 국내에 반입해 올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라마논스카야 유전은 탐사광구다. 미국과 탐사광구인 아프리카 유전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규제가 심하지는 않나.

“해외 에너지사업을 한다고 하면 국내 기관뿐 아니라 일반인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특히 과거 큰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는 터라, 내가 대표인 KCO에 대해 심한 편이다. 금감원 규제 등으로 해외에 투자금을 전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 유전 매입과 개발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보내나.

"국내에서 해외로 큰 자금을 이동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유전 구입과 개발자금은 외자유치로 충당한다는 플랜을 세웠다. 우리가 확보한 유전에 대해 일본, 미국, 인도의 금융권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 가운데 한 금융사와 LOI(투자의향서)를 교환했다.”

러시아가 해외기업의 자원개발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데.

"그건 가스에 관한 얘기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쓰는 가스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모든 권한을 갖겠다는 전략에 따라 영국 BP 소유의 가스전을 사들인 것이다."

소위 ‘러시아 리스크’라는 게 있지 않나.

“물론이다. 우리도 러시아의 정치적 환경에 대한 우려를 잘 안다. 사업 관행과 법률 등 모든 게 한국과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일방적 행정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철저하게 대응하며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불신하고 두려워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정부 기관에 대한 불만은 없나.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서 자원을 확보하려면 정부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 석유공사는 해외유전 개발에 대한 평가의뢰조차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사업자에 대한 절차와 제약이 많다. 과감하게 틀을 깨고 효율을 추구하면서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에너지사업에 관해서 정부에 어떤 도움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걸림돌이 되는 규제라도 일부 걷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를 가장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설정했다.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번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무총리도 에너지외교에 나선다고 한다. 정부 분위기에도 변화가 느껴진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곤욕을 치른 나로선 기대되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현실은 상당히 냉엄하다. 실제로 자원은 공식 외교를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정부의 공식적 자원외교와 민간이 공조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오일게이트 사건

철도청, 러 유전 개발 추진했다가 수십억 손실
이광재 개입 의혹 불거지며 대형 게이트로 확산

참여정부 최대 의혹 사건 중 하나인 '오일게이트'는 철도청(현 코레일)이 무리하게 러시아 유전개발에 뛰어들어 손해를 보면서 불거졌다. 2004년 8월 철도청과 유전개발업자인 전대월·허문석씨 등이 합작해서 만든 '코리아쿠르드오일'은 러시아 유전업체 페트로사흐가 보유한 사할린 6광구 인수를 추진했다.

철도청은 계약금 620만달러를 지급하며 인수 직전 단계까지 갔지만 계약이 파기되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35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그 책임 소재를 가리는 와중에 정치권 외압 의혹이 불거졌고 곧바로 대형 게이트로 확산됐다. 당시 철도청과 함께 민간사업자로 뛰어든 인물이 전대월씨다.

이 사건이 게이트로 확대된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하는 이광재 의원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이 의원은 유전개발 전문가인 허문석씨를 전대월씨에게 소개시켜 주는 등 사업에 관여한 흔적이 일부 드러났다. 하지만 핵심 인물인 허씨가 해외로 도주하면서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이후 김세호 전 철도청장과 전대월씨 등은 무죄판결을 받았고, 사할린 6광구는 생산 광구로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 weekly chosun 바로가기]